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등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건희 사과문처럼 휴지조각 될 수 있는 구두선언 불과”
‘삼성 저격수’로 꼽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2년 전 이건희 회장이 발표했던 사과문을 언급하며 이번 약속을 두고 ‘언제든 휴지조각처럼 버려질 수 있는 구두선언’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변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책임 회피와 법적 자기 면죄부를 위한 구색 맞추기 식 사과에 불과하다”라며 “법적인 잘못을 도덕적 문제로 치환해 두루뭉술하게 사과하는 일은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보다 그 동안 저지른 각종 편법, 탈법, 불법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라며 “삼성생명 공익재단 등을 통한 공익법인 사유화 문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법적 한도 초과분의 처분 문제 등 현재 방치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관련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2008년 탈세 및 차명계좌 의혹 관련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이 발표했던 대국민 사과문을 언급하며 “당시 이 회장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로 밝혀진 검은 돈에 대한 실명전환, 누락된 세금납부, 사회환원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는 구두선언에 그쳤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문도 12년 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사과문과 같이 언제든지 휴지조각처럼 버려질 수 있는 구두선언에 불과하다”라고 짚었다.
박 의원은 “이미 저지른 불법을 바로 잡는 일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식”이라며 “두루뭉술한 사과문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도 안 되고, 사법 기관이 이를 핑계로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향해 “미국의 연방양형기준을 언급하면서 ‘준법감시기구를 설치하면 양형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제도는 ‘회사’에 대한 것이지 ‘개인’에 대한 양형기준이 아니다”라며 “오늘의 입장문 발표로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 당부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관련 검찰의 수사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 좌고우면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범죄사실을 잘 밝히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는 “오늘 이 부회장의 입장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지 그대로 받아준다면 삼성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면치 못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히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라며 △경영권 승계 관련 준법할 것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 승계하지 않을 것 △노사관계 법령 준수, 노동 3권 보장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