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등 3차추경 30조 땐 국가채무비율 45%선 육박
기재부 “45% 사수” 與 “60%까지 괜찮아”… 기준 마련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확대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어느 수준까지 재정지출을 늘릴지, 향후엔 어떤 식으로 지출확대의 후폭풍을 관리할 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내심 서로 다른 재정건전성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한차례 충돌했던 당정은 한국판 뉴딜, 고용보험 확대 등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사업 시행도 앞두고 있다. 추가 혼선을 막으려면 서둘러 재정건전성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 “국가채무비율 60%선까진 무리 없어”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초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3차 추경에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비롯해, 고용 안정화, 내수활성화 지원책 등이 담겨 규모가 30조원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이미 2차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1.4%까지 치솟은 국가채무비율은 45%선에 육박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국회에 ‘2019~2023년 재정건전화법안’을 제출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45%를 초과할 경우 “기존에 없던 조치”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들어 정부가 여당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안에 반대한 것도 ‘국가채무비율 45%의 둑’이 너무 빨리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당은 45%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국가채무비율 100%를 넘는 다수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하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당론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유럽에서도 국가 채무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독일의 60%선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여당 내에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양호하다”며 “국가채무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면 60%선까지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증가 속도 너무 빨라”
정부도 코로나19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재정건전성 관리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3차 추경 편성으로 정부의 기존 재정관리 마지노선이 사실상 무너진 만큼, 추가로 생길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 최대한 재정을 아껴둬야 한다는 데서 여당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위기 장기화로 재정건전성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이다. 일본도 경제 거품 붕괴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재정을 풀었다가 국가채무비율이 200%를 넘는 상태에 이르렀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번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특히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화폐를 찍어 재정에 보탤 수 있는 기축통화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과 국가채무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높다. 특히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가 진행 중인 사정을 감안하면 현재의 국가채무비율도 결코 낮지 않다는 주장도 학계에서 제기된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노령화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OECD 평균보다 빨라,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처럼 재정건전성의 기준을 놓고 당정간 이견이 표출되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중순께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재정 정책 기본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이 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 40%를 지켜야 하는 근거가 뭐냐”는 발언으로 확장재정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재정건전성 기준을 둘러싼 혼선은 정책의 시행속도와 안정감도 떨어뜨린다”며 “여당이 재정확대를 계속 요구하려면 세수확대 등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