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세종대왕역사문화관ㆍ국립고궁박물관서 전시

‘앙부일구(仰釜日晷)’와 ‘팔준도첩’(八駿圖帖). 각각 조선시대 전ㆍ후기의 인상적인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과 숙종 재위 당시 만들어지거나 그려진 유물이다. 이를 통해 각 임금이 뭘 중요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두 임금 치세를 특징짓는 문화재들이 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지켜달라고 당부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풀 꺾인 확산세 덕분에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두 달 넘게 휴관했던 정부 실내 관람 시설들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면서다.
경기 여주시에 있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이날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조선 시대 해시계와 앙부일구’ 전시를 한다.
전시는 총 3부다. 제1부 ‘평면 해시계의 역사’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사용된 평면 해시계들이 소개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6~7세기경 신라 시대 해시계 ‘잔편(殘片)’과 조선 시대에 사용한 휴대용 평면 해시계 등이다.
2부 ‘앙부일구의 역사와 구조’에서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의 앙부일구를 볼 수 있다. 세종대왕(재위 1418~1450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만든 뒤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게 종묘와 혜정교(惠政橋ㆍ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다. 세종의 애민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세종 때 제작된 앙부일구가 남아 있지 않아 전시장에는 17세기 이후 제작된 앙부일구(보물 제845호ㆍ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복제품이 놓였다.
3부는 ‘조선후기 휴대용 앙부일구의 제작자들’이다. 조선 후기 휴대용 앙부일구가 전시된다. 강윤(姜潤ㆍ1830~1898)과 동생 강건(姜湕ㆍ1843~1909)은 조선 후기 해시계 제작 가문으로 유명한데, 강건의 두 아들인 강익수(姜益秀ㆍ1871~1908)와 강문수(姜文秀~1878~1931)도 전통을 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상아제 휴대용 앙부일구’(세종대왕역사문화관 소장)는 강익수가, ‘앙부일구’(서울역사박물관)는 강문수가 각각 제작했다. 주로 중인이 시계를 제작한 전통사회에서 이들처럼 고위층 양반 가문에서 제작을 주도한 경우는 드물다는 게 관리소 측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당초 지난달 28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6일로 개막 시기가 바뀌었다.
관리소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절기(節氣)와 시간을 동시에 알 수 있는 해시계이자 세종대왕의 자랑스러운 과학 문화재인 앙부일구를 소개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종로구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테마전 ‘숙종대왕 호시절에’가 진행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선 제19대 왕 숙종(재세 1661~1720년ㆍ재위 1674~1720년)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려는 취지다. 숙종의 생애와 그가 이룬 왕실 문화 전통 확립의 결과물, 사회ㆍ경제 분야 치적 등이 조명된다.
역시 총 3부다. 1부 ‘왕으로 태어난 사람’에서는 현종(재위 1659~1674년)과 명성왕후(明聖王后, 1642-1683년) 사이의 유일한 아들로 태어난 숙종의 생애와 재위 기간 중 그가 보여준 강력한 왕권을 조명한다. 숙종이 당쟁의 폐해를 경계하면서 쓴 ‘계붕당시(戒朋黨詩)’ 현판, 군주에 대한 신하의 충심을 강조한 그림 ‘제갈무후도(諸葛武侯圖)’ 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2부 ‘왕실의 역사를 다시 쓰다’는 숙종이 왕실의 역사와 선대 왕들의 업적을 재조명해 왕실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발판으로 조선 후기 왕실 문화 전통을 정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년)의 여덟 마리 준마를 그린 ‘팔준도첩’을 통해 숙종이 태조 계승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숙종이 59세 때 ‘기로소’(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70세 이상 중신들을 우대해 만든 관서)에 들어간 걸 기념해 그린 ‘기사계첩(己巳契帖)’도 전시된다.
3부 ‘조선 후기 중흥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숙종이 단단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사회ㆍ경제적 개혁을 시행, 조선 후기 사회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여러 유물들이 보여준다. 대동법의 전국 시행과 상평통보(화폐)의 발행ㆍ유통, 양전(量田ㆍ토지 면적 측량)의 시행, 양역(良役ㆍ양인 장정에게 부과하던 공역ㆍ노역ㆍ군역 등) 변통, 북한산성 축조로 대표되는 국방 강화 등 숙종 시대에 시행된 주요 사회ㆍ경제 개혁의 면면을 각종 유물과 문헌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구전 설화 속 숙종을 만나는 체험 행사도 마련됐다. 특별 제작된 책을 통해 관람객이 전등을 비추면 백성을 아꼈던 숙종의 면모들이 그림과 이야기로 드러난다.
박물관 관계자는 “19세기 한글 소설이나 구전 설화가 숙종의 시대를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좋은 시절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며 “강력한 국왕권을 토대로 업적을 쌓은 숙종을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11일부터는 온라인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360도 전시실 가상현실(VR) 콘텐츠가 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을 통해 공개된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와 국립고궁박물관은 △입장 시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앞사람과 2m가량 간격 유지 등 정부 지침에 따른 안전 수칙을 관람객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