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문 연 댄스학원·미술관… 지하철엔 출근 인파
식당선 마주보고 대화·나눠먹어… “거리두기 안 지켜” 불안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스포츠댄스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약 3개월간의 긴 휴업을 마치고 6일 다시 학원 문을 열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이날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면서 댄스 교습은 운영중단 권고 대상에서 제외, 생업 재개가 가능해졌다.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발열 체크, 일회용 장갑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간만에 수강생들을 맞이하는 김씨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김씨는 “이렇게라도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3월 22일부터 45일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첫날 실내 체육시설과 종교시설 등이 속속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수개월간 코로나의 위세에 숨 죽였던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돌아온 활기를 반기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긴장감은 숨기지 못했다.
◇도서관ㆍ박물관 등 ‘제한적 개관’
서울 시내 공공도서관들도 이날 책 대출 서비스를 재개했다. 올 2월 중순 이후 쭉 임시 휴관한 마포중앙도서관은 열람실은 아직 열지 않았지만 전날 방문예약을 한 이용객에 한해 책은 빌려줬다. 직장인 박모(36)씨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며 책을 고를 순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다시 책을 빌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에는 오전 10시부터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시간당 관람객이 300명으로 제한되면서 온라인으로 미리 입장을 예약한 이들만 관람이 허용됐다.
관람객들이 1m 간격으로 떨어져 줄 서기, 발열 증상 확인 등 입장 절차를 준수해 현장에 별다른 혼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생 박모(22)씨는 “관람객 수가 한정돼 있고 실내 공간이 넓어 마스크를 쓰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출근길 대중교통도 인파로 북적였다. 그간 상당수 기업들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1, 2시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했지만 이날부터 대부분 오전 9시 출근으로 돌아갔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두 달 정도 여유롭게 출근하다 오늘은 오전 9시까지 출근하려고 지하철 3호선을 탔더니 발 디딜 틈도 없어 전철을 2번이나 그냥 보내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여전한 불안감 “방역 긴장감 필요”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큰 타격을 입었던 식당가에도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방역 긴장감이 옅어진 만큼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 식당 곳곳에서는 대 여섯 명이 한 테이블에 몰려 앉아 마주보고 대화하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수칙이 완화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권모(41)씨는 “주 2회 다니던 요가 학원이 수업을 재개하긴 했는데 아직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아이 때문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0이 될 때까지 다중이용시설은 자제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정부의 방역 수칙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개인 방역 5대 핵심수칙에는 ‘아프면 3, 4일 집에서 쉬기’가 포함됐는데, 일반 회사원들은 가벼운 의심 증상으로는 하루 휴가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업직 종사자 최모(30)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실적이 떨어져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조금 아프다고 어떻게 쉬겠냐”고 토로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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