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각국 정상에 反中 동참 압박” 동맹국 대부분 난색
우한연구소 발원설은 안팎 역풍… “미중 신냉전기 돌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반중 전선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주장해온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발원설을 두고는 안팎으로 역풍이 거세다. 상당수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의식하면서도 중국과의 정면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주간 동맹국 정상들과 수십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직접 중국 책임론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초기 대처 탓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초래됐다며 진상 조사와 보복 조치를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 여론몰이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일부 유럽국은 어느 정도 공감을 표했지만 대부분의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긴장 고조를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이 중국의 대응 부실에 대한 국제 조사를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의 지지를 압박하고 있다”며 “미중 전쟁에 끼고 싶지 않은 EU는 계속되는 미국의 압력에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는 어느 한 쪽을 편드는 대신 이달 말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독립적인 국제조사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서양 동맹국들조차 적극 동참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외견상 중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ㆍ은폐했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근저에는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똬리를 틀고 있다. 중국이 비밀리에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려다 인류 전체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분명해야 하는 과학적 쟁점이고 사실관계가 추후에라도 확인될 수 있다. “영미권 주요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가 연구소 유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는 CNN 보도는 동맹국들이 고민하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게다가 현 시점에선 미국 내에서조차 우한연구소 발원설에 대한 회의론이 상당하다.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과학적 증거들은 코로나19가 인공적ㆍ의도적으로 조작되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7개 정보기관을 통할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된 ‘트럼프 충성파’ 존 랫클리프 하원의원도 인준 청문회에서 “입증할 정보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한연구소 발원설 관련)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6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전 세계 수십만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며 “공산정권과 진정한 윈윈은 없다”고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정치공세 성격이 강한 중국의 축소ㆍ은폐 책임론의 경우 재선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동맹국들이 외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미중관계가 사실상 신냉전기에 접어들었다”(SCMP)는 분석을 감안할 때 이들 동맹국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충돌을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지는 미지수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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