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욱 신임 소상공인연합회장
1997년 IMF 구제금융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국가재난에서 누구보다 휘청였던 이들은 전국의 소상공인들이었다. 직장인들은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이나 국민연금으로 재기를 도모할 수 있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는 달랐다.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을 변변한 기반이 없었다. 혼자의 힘으로 경영하는 사업자, 말 그대로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배동욱(60) 신임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지속가능한 소상공인’ 만들기였다. “소상공인들은 위기가 닥치면 무방비 상태서 가족까지 해체되거든요.” 6일 서울 동작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배 회장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주위 상인들의 고통에서 자신의 옛 상처가 떠오른 탓이다. 배 회장은 “1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는데 몸은 망가지고 남는 게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마음에 울화가 찬 소상공인의 한을 풀기 위해 배 회장은 소상공인을 위한 심리상담센터 운영도 구상 중이다.
30여년간 DVD 사업, 편의점 등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잘 아는 배 회장은 요즘 ‘소상공인복지법’과 ‘소상공인공제조합법’ 국회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소상공인복지법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상공인이 긴급재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상공인공제조합법은 소상공인 사장들을 위한 공제 신설이 골자다. 배 회장은 “여당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21대 국회와 조율해 두 법의 통과를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위기, 정부에만 기댈 수는 없었다. 창업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27.5%. ‘하루살이’처럼 짧은 생명력을 딛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 시급했다. 배 회장이 빅데이터에 푹 빠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ㆍ업종별 피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효과적인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 회장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빅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빅데이터센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현재 공정률 70%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또 다른 미래도 꿈꾼다. 소상공인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배달앱 개발이다. 배 회장은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역별 또는 광역별 구축을 목표로 자체 배달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는 ‘규모별 차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분화 하자는 것”이라며 “이 경우 소상공인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고,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는 연합회지만, 회관 하나가 없다. 지금까지 일곱 차례나 둥지를 옮겼다. “연합회관 건립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미래를 밝히는 거점으로 키우겠습니다.” 그의 첫 번째 공약이기도 하다.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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