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복기해서, 또 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했다. 백서는 그래서 꼭 필요했다.” (2016년 7월 새누리당 ‘국민백서’ 中)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이 펴낸 ‘국민백서’ 머리말이다. 백서는 집권 여당이 스스로 써내려 간 통렬한 반성문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통합당은 4ㆍ15 총선에서 더욱 지리멸렬하게 참패했다. 당내에서는 “그때의 반성을 흘려 들은 대가를 이제서야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백서가 짚은 20대 총선 참패 원인은 이 같이 요약된다. 청와대가 공공연히 공천에 개입해 진박(진짜 친박근혜계) 후보를 감별하려 한 탓에 계파 갈등이 불거져 국민이 등을 돌렸다(①공천 파동).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은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해 국민들과 단절됐다(②불통). 집권 여당이 ‘야당심판론’을 꺼내 들어 남 탓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③핵심 공약과 선거 전략 부재). 야권 분열로 인한 ‘3자 구도’만 믿고, 160석을 예상하는 여론조사에 낙관했다(④안일한 선거 준비). 마지막으로 청년을 들러리 취급해 여전히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⑤청년 메시지 부재).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같은 실수를 판박이처럼 되풀이했다. 계파는 사라졌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낙점한 인사를 최고위원회가 별다른 설명 없이 뒤집는 ‘호떡 공천’이 반복됐다(①공천 파동). 차명진 후보 막말 사태 등을 제 때 처리하지 못했다(②불통).거대 야당으로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 심판론’만 들이밀며 국민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③핵심 공약과 선거 전략 부재). 불리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조사 설계 자체가 여당 편향적”이라고 편의에 따라 해석했다(④안일한 선거 준비). 수도권 험지로 청년 후보들을 내몰았다(⑤청년 메시지 부재).
4년 전 새누리당은 뼈 아픈 반성이라도 했다. 그러나 요즘 통합당에선 ‘반성’이라는 두 글자를 찾아 보기 어렵다. “선거 끝나고 2주가 훨씬 넘었는데 통합당 차원에서 위기감을 갖고 패배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자리 초청 전화는 통합당에서 와야 하는 것 아닌지 의아했다.” 통합당 출신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6일 개최한 ‘4ㆍ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쏟아낸 비판이다.
이제라도 4년 전 백서의 머리말을 찬찬히 읽어 보길 통합당에 권한다. 똑같은 실수를 4년 뒤에도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혜미 정치부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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