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니, 어느새 가족처럼 많이 의지하게 됐습니다. 내 배 아파 낳진 않았지만, 내 딸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홀로 거주하는 김복자(80∙가명) 할머니는 2003년부터 ‘홀몸노인 돌봄활동’을 펴는 한국야쿠르트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다리 건강이 더욱 악화돼 외출조차 힘들지만, 매일 찾아와 주는 전덕순(49)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덕분에 외롭지 않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47년 장래가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전체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2017년 32%에서 2047년에는 56.8%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로 홀몸노인 건강과 고독사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주요 과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고독사 방지를 위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책을 수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99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홀몸노인 돌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6년간 지자체, 관공서 등 여러 기관과 손잡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면서 대표 민·관협력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활동은 전국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프레시 매니저들은 매일 발효유를 전달하면서 홀로 지내는 노인의 건강과 안전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 홀몸노인의 건강이나 생활에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주민센터와 119 긴급신고를 통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프레시 매니저가 독거노인의 위급한 상황을 발견해 신고한 사례도 있다. 서울 한남동 일대를 관할하는 전세옥 프레시 매니저는 한 독거노인을 세 번이나 구했다. 전씨는 지난 2008년 12월 홀로 사는 할머니가 다리가 부러진 채 집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119구급대를 불러 구조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호흡 곤란 상태에 있는 이 할머니를 119에 신고한 바 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119구조대원은 “호흡 곤란이 심각했기 때문에 조금만 늦게 신고가 접수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지난 1994년 서울 광진구청과의 협약을 통해 1,104명으로 시작된 홀몸노인 돌봄활동은 수혜대상이 3만명까지 증가했다. 소외받는 이웃에 도움이 되고자, 20년만에 30배 가까이 수혜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올 한해 홀몸노인 돌봄활동 예산은 30억원에 달한다.
이런 활동에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처럼 어르신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용고자 하는 지자체가 많다. 한정된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의 인력으로는 홀몸노인을 돌보는데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8년에는 국민연금공단과 손잡고 전국의 홀몸노인을 위한 ‘독거노인수급자 건강이음음료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홀몸노인 1,100명에게 ‘하루야채’ 등 건강음료를 주 5개씩 전달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향후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사회단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해 지원 대상 확대 및 다양한 분야의 복지 증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프레시 매니저는 매일 홀몸어르신들을 방문하고 살펴줌으로써 고독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홀몸노인 지원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지자체가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조직의 사례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야쿠르트 임직원들은 지난 1975년부터 사내 봉사단체 ‘사랑의 손길펴기회’를 통해 소외계층을 찾아 지자체와 연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보육원 등을 찾아가 주거 환경 정비를 돕고 각종 생필품과 성금도 전달하고 있다. 직원 급여의 일부를 매월 기부해 운영하면서 전국 16개 위원회별로 매달 지역사회에 나눔의 손길을 전파한다.
2014년부터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과 협약을 맺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안정과 건강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대규모 헌혈 캠페인 ‘사랑의 헌혈 챌린지’를 통해 모은 헌혈증과 기부 금액을 이달 창립기념일에 맞춰 사전 선정한 병원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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