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후 잠적했다 펜션에서 발각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지난달 23일 사퇴 후 잠적한 오 전 시장은 경남 거제의 한 펜션에서 머물다 지난 4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에 의해 발견됐다. 취재진이 성추행, 불법 청탁 등에 대한 질문을 하자 오 전 시장은 “사람 잘못 보셨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오 전 시장은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차량으로 이동하면서도 책 한 권을 챙겼다.
부산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확대해 보니 오 전 시장이 들고 있던 책은 ‘문학의 숲을 거닐다’였다. 이 책은 고(故)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가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코너에 약 3년간 연재한 칼럼을 모은 수필집이다. 장 교수는 생후 1년 소아마비를 앓고 평생 목발 신세를 져야 했다. 마지막 9년은 암과 싸워야 했다. 저자는 신체 장애를 안고도 ‘문학의 힘’으로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행하며 생전 ‘오뚝이 수필가’로 불렸다. 이 책에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약속 담겨있다.
오 전 시장이 이 책을 들고 있는 이유는 그가 다시 잠적에 들어간 탓에 확인되지 않았다. 3전4기의 주인공에서 한순간 성추행범으로 전락한 그가 이 책을 읽으며 오뚝이 같은 삶을 꿈꾼 것인지도 알 수 없으나 지금이라도 진정한 사과와 함께 경찰 조사를 자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6일 오전 오 전 시장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성범죄진상조사단’은 이날 대검찰청에 오 전 시장과 부산시청, 부산성폭력상담소, 청와대 관계자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강제추행,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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