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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대국민 사과’ 2,400자에 담긴 이재용의 ‘쇄신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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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대국민 사과’ 2,400자에 담긴 이재용의 ‘쇄신 의지’

입력
2020.05.06 15:32
수정
2020.05.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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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승계 문제 △노동 문제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더 이상 불법적 경영 승계가 없도록 한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이어 ‘무노조 경영’ 폐지, 시민사회와 적극적 소통,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독립적 운영 등을 약속했다.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전문.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 듣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다. 사과 드립니다.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 말씀 드리고자 한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그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다. 특히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 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 없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

이 기회를 빌려 그 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 드리고 싶다. 2014년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다. 저는 지금 한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건 주저해 왔다. 경영 환경도 절대 녹록치 않은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 드리겠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그 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

시민 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2, 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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