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전국 40여개 대학 온라인 개강 후 첫 대면 강의
“팔꿈치 떨어지면 안돼요! 허리 쭉 펴고, 셋 하면 쏘세요.”
6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보조운동장에 양궁 교양수업을 진행하는 윤혜영 체육교육과 교수의 목소리가 퍼졌다. 교수와 학생들은 지난 3월 16일 개강 이후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하다 약 7주 만에 처음 운동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마주 섰다. 서울대가 이날부터 실습ㆍ실기 과목의 대면 수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먼지만 쌓였던 양궁과 활, 과녁판도 지난해 2학기 수업이 끝난 이후 6개월 만에 햇볕을 쬐었다.
수업에 참석한 20명의 학생들은 동영상으로만 배우던 양궁이 어색한 듯 팔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쭈뼛거리면서도 강의에 집중했다. 기악과에 재학 중인 옥모(20)씨는 “학교에서 나름 인기가 많은 교양수업을 어렵게 신청했는데 한 학기 내내 실습을 못할까 봐 걱정했다”며 “수강을 아예 취소하는 동기들도 있는데 꿋꿋이 버티길 잘했다”고 첫 실습 소감을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며 대학가에서도 대면 강의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첫날 서울대와 전남ㆍ광주의 일부 대학들이 실기ㆍ실습 강의를 캠퍼스에서 열었고,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들도 다음 주부터 단계적으로 대면 강의를 재개한다.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실기ㆍ실습 위주로 대면 강의를 허용한 대학은 전국에 40여 개다. 동영상 강의만으로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어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서둘러 대면 강의로 돌아서 것이다. 서울대도 단과대 별로 학생들과 교수들이 협의해 약 40개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했다.
캠퍼스로 돌아온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걱정보다는 제대로 된 실습을 할 수 있다는 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서울대 생활과학대에서 ‘한복구성학 및 실습’ 수업에 참여한 의류학과 4학년 윤영서(23)씨는 “그간 공업용 재봉틀 등 실습 도구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했다”면서 “생각보다 강의실을 널찍하게 쓸 수 있어서 신종 코로나 걱정도 덜하다”고 말했다.
대면 강의가 다시 시작되자 대학에도 활기가 돌았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를 전후해 서울대 운동장과 공원, 구내식당 주변에서 학생들이 4, 5명씩 무리를 지어 이동했다. 연못 근처에서도 삼삼오오 봄 기운을 즐겼다. ‘특수기능복’ 수업을 마친 체육교육과 4학년 신현재(24)씨는 “7주 넘게 온라인 강의만 듣다가 오랜만에 학과 친구를 만나니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실기ㆍ실습부터 대면 강의가 재개됐지만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모든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하는 대학들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사총협이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전국 4년제 대학 193개(국공립대 40ㆍ사립대 153)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개 대학이 11일부터 모든 강의를 학교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총협 관계자는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자 각 대학별로 본격적인 대면 강의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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