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 경기. 롯데 유격수로 나선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28)는 3루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좌익선상 파울 타구를 역모션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는 명품 수비를 펼쳤다. 이보다 앞서 열린 팀 청백전에서는 3루수 유격수간을 완전히 빠지는 땅볼을 건져낸 뒤 1루로 강하게 뿌려 타자주자를 아웃시키며 넓은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중계를 맡았던 성민규 롯데 단장은 “다른 건 몰라도 수비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성 단장의 평가엔 반대로 타격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높지 않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실제로 마차도는 연습경기 7경기(18타석)에서 단타 2개와 볼넷 2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수비형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의 새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28)가 개막전부터 불방망이를 자랑하며 이런 선입견 지우기에 나섰다.
마차도는 6일 수원 KT전에 7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 1개와 사구 1개, 득점 1개를 기록하며 9-4 승리를 도왔다. 전날 개막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포함해 혼자 4타점을 올리며 팀의 7-2 승리를 이끈 데 이어 이틀 연속 쏠쏠한 활약이다. 특히 개막전 선발 유격수가 4타점 맹타를 휘두른 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10년 오지환(LG)과 2016년 헥터 고메즈(전 SK)가 3타점을 올린 적이 있다.
수비에서도 기대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수비만 잘해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방망이까지 잘 쳐주니 좋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차도는 “개막전에선 운 좋게도 결정적인 홈런을 칠 기회가 왔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수비형 외인’이라는 평가에 대해 “나는 수비와 타격을 모두 열심히 하는 (치우치지 않는) 보통 야구 선수다”라며 “수비든 타석이든 ‘내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임한다. 타격은 누가 백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 역시 마차도의 평소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허 감독은 “선수마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마차도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하는 선수다”라며 “시즌은 길고 마차도는 주전 유격수로 풀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연습량을 좀 줄이도록 지시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마차도는 개막전에서 선발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흔들리자 마운드 쪽으로 다가간 장면에 대해서는 “딱히 말을 건네려고 간 것은 아니다. 내 스파이크에 진흙을 묻었길래 투수용 흙털이 발판에 신발을 닦으려고 갔던 것”이라며 웃었다. 무관중 경기에 대해서는 “선수들은 관중에게서 색다른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아쉬워하면서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나. 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