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료회원 아니라 성착취 범행자금 제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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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료회원 아니라 성착취 범행자금 제공자”

입력
2020.05.06 14:09
수정
2020.05.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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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가볍게 보일라” 유료회원 명칭 쓰지 않기로

지난 3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과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공범들을 두고 ‘유료회원’ 같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성착취 범죄가 이뤄진 대화방을 일종의 놀이 공간으로 보는 남성 중심적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총괄지휘하는 김욱준 4차장검사는 최근 TF팀 수사검사 등에 “성착취물 수사와 관련해 유료회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놀이를 즐기는 회원’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들을 지칭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날 조주빈 공범 강훈(18)을 기소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박사방과 관련해 가상화폐를 지급한 범죄 가담자들을 ‘성착취 범행자금 제공자’로 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유료회원 표현에 유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명칭이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보이게 하는 악영향을 낳기 때문이라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그간 언론에서도 편의상 성착취 대화방에 돈을 지급한 공범들을 유료회원 등으로 표현해 왔다. 하지만 범죄조직에 들어간 조직원이 돈을 냈다고 유료회원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이들을 유료회원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건 본질을 왜곡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앞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n번방에 입장한 가해자들을 ‘관전자’ 등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료회원이라는 표현은 범행 수법과도 차이가 있다. 실제 박사방의 경우도 돈을 내고 가입하는 형식은 아니었다. 박사방 공범들 역시 유료회원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고, 대신 ‘후원금’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들은 각자 지급한 돈에 맞는 이득을 취했을 뿐, 유료회원 형태로 관리된 것은 아닌 셈이다. 실제 영상 제작과 배포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공범 중에는 돈을 지급하지 않은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에서도 검찰은 “조주빈에게 가상화폐를 입금한 가담자들을 수사한 결과, 그들은 단순히 음란물 사이트의 유료회원이 아닌 성착취 영상물의 제작과 유포에 공조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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