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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프로이트여 안녕?

입력
2020.05.0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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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들 녀석이 어릴 적 틱 증세가 있었다. 지속적으로 이유 없이 헛기침을 하거나 눈을 찡그리는 것이다. 의사는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큰 걱정거리였는데 의사의 조언대로 그냥 별스럽지 않게 대했더니 어느새 틱이 사라졌다.

예전에 아주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적 문제가 정작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생물학적 문제의 결과라는 것이다. 천사처럼 예쁜 어느 아이 하나가 갑자기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하더니 4년 후에는 거의 악마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부모는 온갖 노력을 했지만 다 실패하고, 우연히 정신적 문제를 매우 색다르게 다루는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국의 그 의사에게 갔더니 그냥 항생제류를 처방해 주었고, 약 2주 만에 아이는 다시 그 천사 같던 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아이의 정신적 문제는 그의 신경계를 혼란시킨 염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 자료는 틱에 대해서도 색다른 견해를 밝혔는데, 오랜 기간 기침을 하게 되면 염증이 발생해 신경계를 건드려 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 아들이 오랜 기간 기침을 앓은 후 틱이 생겼기에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꽤 놀랐다.

물론 아직 보편화된 사실은 아니기에 전적으로 신뢰할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허탈감에 꽤 비약적인 생각마저 하였다. 이제는 프로이트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하나? 다윈과 함께 인간 지성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이론은, 인간과 사회의 행동 아래에 있는 심층 구조와 무의식의 세계를 조명해 주었다. 나의 전공인 성서학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기도 했으며 즐겨 탐구하기도 했다. 물론 전문가들의 식견에는 이미 오래전에 무덤에 묻힌 이론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프로이트를 칭송했던 건,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아도 의미심장한 세계가 있음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보이고 만져지는 물리적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보다 더 심오한 세계가 그 아래에 있다는 인식은 참 매력적이었다. 내가 늘 초월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말하는 목사여서 그랬을까? 그런데 이제는 그 심오했던 무의식의 세계마저도, 신체 신경계의 화학적 작용으로 다 파악되고 그 회로마저 벌거벗겨질 것 같아 썩 유쾌하지는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늘 놀랍고 빠르다. 우리가 정신적이고 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다 까발려질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절대 겸허하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다. 마치 하늘에 끝닿으려 했던 창세기의 바벨탑 같다. 분명히 우리의 영혼마저 탈탈 털어 그 화학공식과 분석표를 우리 눈앞에 제시 할 것이다. 신앙인의 기도 같은 영적체험들도 두뇌 스캐닝을 통해 매핑될 것이며, 고유한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사나 존경, 사랑마저도 약물 주입을 통해 컨트롤될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언제가 TV에서는 이런 광고를 할 것이다. “남편 사랑하기가 이젠 지치시죠? 걱정 마세요. 단 한 알로 아침 밥 차릴 때부터 밤에 침실에 갈 때까지 눈이 제대로 멀게 해드릴게요.” “성도 여러분. 주님을 향한 열정이 식으셨나요? 요 작은 패치 하나만 귀밑에 붙이면 당장 아프가니스탄으로 복음을 전하러 뛰어나갈 겁니다!” 지나친 상상일까? 선이 없는 무선 전화기는 언제 황당한 꿈이 아니었던가?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곧 미군이 입게 될 날이 온다고 한다.

그런 날이 와도 사람은 신앙을 가질까? 신심마저 화학공식으로 풀어낼 날이 와도, 여전히 우리는 신께 기도를 드릴까? 프로이트보다 약 20세기 앞선 히브리서 구절이 떠올라 좀 위로해 본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닙니다.”

기민석 목사ㆍ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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