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도발이라면 北 대응사격 했을 것”
3일 한국군 감시초소(GP)에 북한군의 총알 4발이 날아온 것을 두고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의도적 도발이 아닌 ‘오발’이라는데 꾸준히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건강 이상설이 돌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등장 다음날 총격 사고가 발생한 만큼 북한의 의도를 둘러싼 해석은 여전히 분분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관련 총격을 두고 “지금 우리 합동참모본부나 유엔(UN)사, 그리고 미국 국무부에서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면 우발적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3일 오전 7시41분쯤 강원 철원 지역 DMZ 내 한국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고사기관총) 총탄 4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경고 사격과 방송을 실시했고, 이후 북한은 아무런 해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의 경고ㆍ대응사격에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는 점을 오발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조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쭉 조사해봤는데, 실제 북한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하고 우리가 경고하고 사격하면 반드시 대응사격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실제 도발을 했더라도 얻을만한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원하는 정부로선 북측이 도발을 해도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도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야당에서는 북한이 ‘북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의도적 도발을 감행했다고 보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에 “이걸 북핵 협상까지 연결시킬 정도가 되려면 북한이 좀 더 규모를 키워서 고의성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군이 우리 GP를 향해 쏜 총탄이 반동이 큰 다연발 기관총으로 조준하지 않았다면 명중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연발로 계속 쐈다면 고의성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데, 한 4발 정도는 한번 쐈을 때 연발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평양 순안국제공항 인근 신리라는 지역에 미사일 지원시설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큰 규모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어떤 공항이라든지 주요시설을 지키기 위해서 미사일 부대는 당연히 배치할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보고 ICBM을 쏜다고 하는 것은 좀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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