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끝내고 일터에 복귀하는 직원들의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앱이 설치된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신호를 활용해 직원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측정하는 이 앱은, 직원들이 출근 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
#매일 아침 직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각종 증상 유무를 확인한 뒤 앱을 통해 회사에 보고한다. 건강 상태가 정상인 직원들은 매일 변하는 회사 출입문 통과 코드를 받을 수 있지만, 체온이 높거나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이 보이는 직원들은 자동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출근 재개를 앞둔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조치들과 이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논쟁에 대해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느려지면서 미국 플로리다주와 캔자스주는 4일부터 경제 재개 조치를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주는 8일부터 일부 업종의 영업 재개를 허용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대표적인 건물 록펠러센터를 소유한 RXR리얼티는 건물 내 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를 얼마나 지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이다. 회계감사기업 PwC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서로 얼마나 접촉하는지를 추적하는 앱을 개발해 이달 중 론칭할 예정이며, 미국의 거대 은행과 에너지회사를 비롯한 50여개 회사들이 앱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회사 노텔(Knotel)은 이에 더해 고객들이 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까지 더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인터퍼블릭의 경우 전 직원을 나이, 가족관계, 병력 등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미 코로나19를 앓은 뒤 회복해 항체가 형성된 ‘저위험’ 그룹은 즉시 회사로 복귀해 일할 수 있고, 젊고 고위험군 가족과 함께 살지 않으며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기저질환이 없는 ‘중위험’ 그룹은 그 다음으로 회사에 복귀한다. 그러나 고령이거나 임산부, 흡연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 그룹은 회사 복귀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가치와 상충된다는 데 있다. 개인의 동선과 접촉자를 회사가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력이나 나이, 가족관계 등의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것조차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로 여겨진다. 특히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직원들을 분류해 다른 조치를 내리는 경우 일종의 차별로 인식될 수 있어 위법 소지까지 있다. 제이슨 슐츠 미국 뉴욕대 교수는 WSJ를 통해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에도 고용주들 입장에선 감시를 없앨 이유가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WSJ는 그러나 9ㆍ11 사태 이후 공항을 비롯한 각종 시설에서 보안 검색이 강화되고 건물 출입 시 출입증을 요구하는 등 전례 없던 보안 문화가 정착됐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IT 감시’ 체제도 받아들여져 일상에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빠르게 파악하고 최대한 감염병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일부 프라이버시 침해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WSJ는 “9ㆍ11 때처럼 직원들은 금방 새로운 절차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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