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ㆍ이탈리아에서 염증질환인 가와사키병에 걸린 어린이들이 급증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도 15명의 어린이가 가와사키병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뉴욕 보건당국은 병원에 입원한 2~15세 사이의 어린이 15명에게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염증 질환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주로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으로,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소아가 다양한 종류의 병원체에 감염되면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염증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지속적인 고열과 염증성 발진 등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어린이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발진과 복부 통증,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고, 호흡기 질환을 보이는 어린이들도 있다. 어린이들은 강도 높은 치료를 받고 있고, 이들 중 5명은 인공심폐기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다.
앞서 영국이나 이탈리아에서도 가와사키병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 환자가 급증해 각국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전신성 염증 환자 10여명이 발생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고,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나타낸 환자도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건당국은 가와사키병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합병증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긴급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의 최대 종합병원인 교황 요한 23세 병원에서는 지난 두 달간 최근 3년간 수치와 맞먹는 가와사키병 환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소아과의사협회는 소속 의사들에게 최근 몇주 사이 코로나19 피해가 큰 지역에서 가와사키병 영ㆍ유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가와사키병 환자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확대될 것이라는 추측을 경계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어린이들 중 대다수가 가와사키병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가와사키병 환자 수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염증 증상이 발병했을 수도 있다. 또 가와사키병에 걸린 뉴욕의 어린이 15명 중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어린이는 4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현재까지 국내에서 가와사키병과 코로나19 사이에 관련성이 보이는 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에 걸려 가와사키병이나 다른 쇼크 상태를 보이는 환자가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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