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다 잡았던 우승을 전북에게 내준 지난 시즌 K리그 최종라운드 결과는 ‘문단속’이 좌우했다. 전북이 강원에 1-0 승리를 거둔 시간, 우승을 눈앞에 뒀던 울산은 포항에 무려 3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30ㆍ가시와레이솔)의 경기 막판 실책에서 이어진 실점은 뼈아팠다.
울산은 2020 시즌을 앞두고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한 김승규의 빈자리를 국가대표 주전 수문장 조현우(29)로 메우면서 올해 ‘최고 수문장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조현우와 맞서게 될 전북 송범근(23)은 지난 시즌 전경기 풀타임 출전을 기록하는 등 해가 갈수록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현재와 미래’의 대표팀 수문장 대결에 대한 관심은 더 뜨겁다.
2013년 K리그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시민구단 대구에서 7시즌을 보낸 조현우는 2015년과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2017~2019년엔 K리그1(1부 리그) 베스트일레븐으로 선정되며 최근 5년간 리그 최정상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울산은 이런 조현우에 대한 꾸준한 구애를 펼치며 결국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를 품었다.
독일 등 유럽진출을 노렸던 조현우가 울산행을 택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승가능성이다. 그는 “팀 우승만 생각한다”면서 “무실점 경기를 K리그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고, 0점대 방어율을 목표로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괜한 자신감은 아니다. 올해 울산은 이청용(32)과 윤빛가람(30) 김기희(31)를 영입했고, 이동경(23) 원두재(23) 등 젊은 피의 실력도 물이 올랐다. 어느 해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리그 4연패를 노리는 전북 수문장 송범근은 지난 시즌 38경기에 출전해 단 32실점을 기록하며 최고 활약을 펼쳤다. 정상급 수비수들과 호흡한 덕도 있지만, 위기마다 선방쇼를 펼치며 20대 초반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전북의 우승을 지켜냈다. 이번 시즌을 앞둔 지난 1월엔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6경기에서 단 3실점만 기록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이 대회에서 최우수 골키퍼상을 거머쥐며 유럽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송범근은 그간 필드 플레이어들에 내줬던 영플레이어상도 꿈꾼다. 영플레이어상 자격(데뷔3년 이내인 23세 이하 선수) 마지막 해라 절실함은 더 크다. 송범근은 구단을 통해 “전북은 이제 트레블(3관왕)을 목표로 삼는다”며 “쉽지 않겠지만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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