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 기존 사용되던 리알화 대신 이제 1만배의 가치를 가진 ‘토만’으로 변경된다. 미국의 경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긴 경제 타격에서 벗어나려는 이란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지만 큰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4일(현지시간) “국가 통화에서 ‘0’ 4개를 제거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화폐 개혁은 금융 거래를 단순화하는데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화폐 개혁 법안을 비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 중앙은행이 향후 2년 동안 화폐 변경 작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알화 대신 새로 사용될 화폐의 명칭은 ‘토만’이다. 이란인들에게는 낮설지 않은 이름이다. 토만은 이란에서 1930년대까지 쓰인 통화명으로 실생활에서는 리알보다 더 흔하게 쓰인다. 용법도 같다. 시중에서 1토만은 1만리알로 흔히 환산된다. 이란 중앙은행은 2019년 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폐 개혁 초안을 발표했다. NYT는 “이란 화폐는 1971년 이후 약 3,500번 평가절하됐다”며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대통령이 앞서 2016년 추진했던 화폐 개혁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앙은행의 개혁안이 통과됐다고 평가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리알화 시장 환율은 달러당 15만6,000리알까지 급전직하한 상태다. 공식 환율인 달러당 4만2,105리알은 무색해졌다. 이란 정부도 리알화 가치 절하에 한몫을 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경기 침체로 재정이 감소하고 있지만 공공 지출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이란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리알화 공급을 계속 확대해 왔다. 이란 통계청은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간 이란의 유동성은 28% 증가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화폐 개혁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가 추구하는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목소리도 나온다. 이란 경제 전문가인 페에이돈 카반드는 NYT에 “미국의 경제 제재로 석유 판매나 국제 금융 부분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이란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화폐 개혁을 가지고 나왔다”면서 “국내외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기본적 경제 변화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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