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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버려라” 실용ㆍ소통 내세우는 ‘新 40대 기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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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버려라” 실용ㆍ소통 내세우는 ‘新 40대 기수론’

입력
2020.05.06 04:30
수정
2020.05.06 08: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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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YSㆍDJ ‘40대 기수론’은 잘 싸우는 젊은 지도자 강조

586과 밀레니얼 사이에 낀 40대, 양쪽 세대와 공감ㆍ소통 장점

이념서 자유로운 실용주의자 등장… 낡은 정치 개혁 주도 기대

1969년 11월 8일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며 대선후보 지명전 출마를 선언하는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과 1970년 11월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연설을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9년 11월 8일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며 대선후보 지명전 출마를 선언하는 김영삼(왼쪽) 전 대통령과 1970년 11월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연설을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40대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을 맡은 게 파격이라니!”

박수경(47)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교수가 4일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선 이런 탄식이 나왔다. 사회의 ‘허리 세대인’ 40대가 차관급 공직에 인선되는 걸 일부 언론이 ‘파격’으로 부르는 현실에 대한 자조였다.

이런 자조를 넘어, 40대가 사회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40대 기수론’의 바람이 정치권에 다시 불고 있다. 수십 년째 기득권을 놓지 않는 산업화ㆍ민주화 세대의 그늘에 가려 있는 40대가 판을 깨고 개혁과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설적이게도 ‘평균 나이 54.9세 남성’(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기준) 이 표준인 여의도 정치권이 40대 세대교체론의 진원지다. 처음 분위기를 띄운 건 80세의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선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19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2020년판 신(新) 40대 기수론의 키워드는 ‘실용’과 ‘소통’이다.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게 주된 논리다. 미래통합당이 특히 절박한 표정이다. 이달 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통합당은 30대와 40대 모두에게 1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의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은 5일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메시지는 ‘젊은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간 안이하게 3040세대를 대한 통합당이 반성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40대 기수론이 부상한 게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 정치를 주도한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은 40대였다. 당시 40대 기수론은 ‘투쟁력’과 ‘선명성’을 앞세웠던 점이 지금과 다르다. 42세때였던 196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대선후보 지명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건 것은 ‘잘 싸우는 40대 젊은 지도자론’이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52세로, 64세의 유진산 대표가 당 간판을 맡는 한 신민당이 집권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노무현 정부 때도 잠시 40대 전성시대가 있었다. 권력 최고 실세로 ‘좌광재 우희정’으로 불릴 당시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안희정씨는 38세(2003년 기준)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총선에선 여당인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의 3040세대 당선자가 47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사회 고령화, 586세대의 퇴진 거부 등과 맞물려 정치 권력의 중심이 50대 이상으로 이동해 나이 들고 말았다.

유럽판 40대 기수인 데이비드 캐머런(왼쪽) 전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럽판 40대 기수인 데이비드 캐머런(왼쪽) 전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통적 이념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실용주의자의 등장을 바라는 시선도 40대 기수론에 담겨있다. 영국 보수당 소속이면서도 마거릿 대처식 신자유주의 개혁을 비판해 43세에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프랑스 사회당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았지만 이후 중도우파적 개혁 노선을 택해 40세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의 사례가 자주 호출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병민(38)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공감하는 정치인이 실용적인 목소리를 낼 때 힘이 실린다”며 “영국 캐머런 총리의 등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40대는 ‘끼인 세대’다. 586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양 쪽에 치여 성장한 것은 약점인 동시에 강점이기도 하다. 더불어시민당의 조정훈(47) 비례대표 당선자는 “산업화ㆍ민주화 세대와 지금 사회로 나오는 젊은 세대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물론 다음 대선까지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40대 대권 주자가 그야말로 샛별처럼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 정치인을 육성하는 시스템도 없고, 권력의 문법 자체가 5060 세대 중심이다. 그러나 인물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의 소장파였던 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청년들이 액세서리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며 “당내 청년들은 연대하고 중진들은 울타리가 돼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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