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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백신도 ‘나홀로’ 개발… 국제사회 공조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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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백신도 ‘나홀로’ 개발… 국제사회 공조에 찬물

입력
2020.05.05 21:30
수정
2020.05.05 23: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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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국 10조원 모금에 불참… 백신 쟁탈전 유발로 보건 위기 장기화 우려

영국 옥스퍼드대가 제공한 지난달 25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인체 대상 임상시험 장면. AP 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가 제공한 지난달 25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인체 대상 임상시험 장면.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국제사회가 의기투합했다. 10조원(74억유로)을 조성해 최대한 빨리 코로나 백신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은 쏙 빠져 협력 성과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인도주의 사안에도 자국 이익만 챙기는 미국 탓에 자칫 ‘백신 쟁탈전’이 벌어져 보건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40여개국은 이날 ‘코로나19 글로벌 대응 국제 공약 화상회의’를 열어 74억유로를 모금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주요 20개국(G20),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 민간단체들이 머리를 맞대 도출한 결과물이다. 한국도 참여했다. 돈이 모이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진단제품을 개발한 뒤 싼 가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역시나 불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립주의’를 앞세운 이기적 행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은 아예 협력을 놔 버렸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주요 국제회의에서 미국이 빠진 건 거의 처음”이라 전했다. 

보건정책은 구속력 있는 조약이나 통일된 체계가 없어 다자주의가 특히 빛을 발하는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나마 국제적 논의 장을 제공해온 WHO에도 친중(親中) 행태를 이유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계보건정책 담당 부서장인 스티븐 모리슨은 “과거 같으면 미국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백신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앞장섰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커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가 나와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 홀로 백신 개발에 나서면 다른 나라들도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 뒤따를 것이 뻔하다. 이럴 경우 백신 가격은 올라가고 그 피해는 돈 없는 국가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창립자 멜린다 게이츠는 “최고액 입찰자에게 백신 이용권이 돌아가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마스크와 장갑 등 의료장비 확보를 둘러싸고 발생한 이전투구가 백신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3월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기 위해 독일 제약회사 큐어백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백신 이기주의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행정부가 최근 독자 백신개발을 목적으로 ‘초고속 작전’ 프로젝트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계획이 성공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 일정이 8개월 단축되고, 내년 1월까지 3억명이 투약할 수 있는 백신 비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최대치가 무엇이든 우리는 결국 (백신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독자 프로젝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손성원 기자 soh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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