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6일부터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지만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해외 생산시설 관리와 글로벌 공급망 재점검, 유동성 확보 등 비상경영 체제를 지속하는 한편 코로나19 종식 이후 변화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들은 열화상 카메라 설치, 손 소독제 비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직원 대상 문진표 작성 등의 방역 활동을 당분간 유지한다. SK그룹은 지난달 초 재택근무를 끝내며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을 분산해 직원들이 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스마트 워크제’를 시작했는데 이 역시 계속 시행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여러 명이 참가하는 회의를 없애고 엘리베이터와 식당 등에서 대화를 자제하는 등의 지침은 계속 준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주요 그룹들은 비상경영 체제 강화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남미,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생산 시설까지 잇달아 셧다운(일시적 생산 중단)에 들어간 만큼 해외 생산공장 관리는 필수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짜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등 저비용 국가에 공장을 집중해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등으로 부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유동성 확보도 기업들의 당면 과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줄고 있지만 실물 경제의 충격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거란 우려가 높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실탄(현금)’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8조5,074억원으로 전월 대비 7%(5조8,952억원)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16%(12조2,118억원)나 늘었다.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에 개설해둔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얼마 전부터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LG화학 관계자는 “TF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떻게 비용을 절감할 것인지 방법을 찾기 위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미국 3M 수석부회장 출신으로 위기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신학철 부회장이 TF 출범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신 부회장은 “위기가 지나고 나면 잘 준비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준비 역시 재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서버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친환경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차전지 배터리 수요도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배터리 품질 유지와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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