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손상된 외관 부위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보내면 인공지능(AI)이 곧바로 예상 수리비를 자동 산출해주는 시스템이 현실에 적용된다. 당장은 보험사 직원의 편의와 손해사정 정확도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이르면 내년쯤부터는 보험 소비자가 직접 수리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보험개발원은 5일 국내 보험사와 정비공장 등이 이용 중인 자동차 수리비 산출 온라인 서비스(AOS)에 화상 분석 AI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개발원은 이를 통해 사고 차량의 사진만 보고 예상 수리비를 자동 산출하는 시스템(일명 ‘AOS 알파’)를 개발해 12개 손해보험사와 6개 공제조합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는 이미지 인식 AI가 보험금 산출에 직접 적용되는 첫 사례다.
AOS 알파의 AI 판독 기능은 일단 외관 부품만 부서진 ‘소(小)손상’ 사고에 한해 활용이 가능하다. 보험사 보상직원이 직접 휴대폰으로 차량 외관을 촬영한 후 사진을 전송하면, AI가 부품 종류와 손상 정도를 판단해 예상 수리비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AI를 통해 손해사정을 하면 비교적 표준화된 형태로 수리비를 산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진호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장은 “자동차수리비 지급업무의 표준화 및 투명성 강화로 이해관계자 간의 불신과 분쟁을 줄여 보험 문화를 개선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비스 활용이 정착될 경우, 앞으로는 운전자가 사고시 직접 현장 사진을 찍어 수리 견적을 즉석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원 관계자는 “올해는 편의성과 정확도 향상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앱을 통해 예상 수리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에 보험사와 정비공장 직원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차량번호 입력ㆍ사진 업로드 등의 절차도 간소화된다. 보상직원이 차량 촬영에 사용하게 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AOS 알파 카메라’는 차량번호를 자동 인식해 이를 토대로 차종 및 보험정보를 연동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부터 약 100만장의 사진을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해 수리비 산출에 필요한 7개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현재는 국내 승용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95종의 수리비 자동 판독이 가능하며, 향후 승합차 및 화물차로도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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