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갑질’ 천태만상
직장인 A씨는 회사 대표의 며느리인 총무의 월권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A씨는 대표와 그의 아들, 며느리가 일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시작해 정규직으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총무인 대표의 며느리는 사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지만 상사 허가 사안을 마음대로 취소하기 일쑤였다. 지난달 A씨는 병으로 휴직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퇴직하면 실업급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총무인 며느리가 퇴직금 정산을 계약직 근무부터가 아닌 정규직이 된 시점부터 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총무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실업급여도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대표의 며느리 마음대로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할 수 있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B씨는 지난 3월 사장의 낙하산 인사로 입사한 사장 가족인 상사 C씨 때문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B씨에게 막말과 음해성 거짓말을 일삼던 C씨가 B씨의 휴대폰을 허락 없이 가져갔다가 들통나 크게 싸워 인사위원회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B씨는 “소명기회를 주겠다고 해 출석한 인사위 자리에서 사장과 C씨의 또 다른 가족인 직원, 팀장이 ‘상사가 휴대폰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왜 가서 달라고 했느냐’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5일 직장갑질119는 이와 같은 가족회사 갑질 사례들을 공개하며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사업주의 친인척은 사용자로 보는 것이 실질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는 사업주 외에도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도 포함된다. 친인척 회사에서 사업주의 친인척은 노무관리와 근로조건의 결정, 근로 실시에 관한 지휘, 명령 내지 감독을 할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조사 및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사업주의 친인척이 가해자일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고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달 동안 고용노동부가 ‘가족 갑질 익명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사업장 내 근로자 이해대변기구인 ‘종업원 대표’ 제도의 실질화 역시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가족갑질 익명 신고를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부터 횡령까지 신고가 이뤄지고 ‘종업원 대표’제가 실질화됐다면 사장 동생이 근로자대표를 하며 직장 갑질을 거듭하는 모습은 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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