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이 허약한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적대행위 중단 약속은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만큼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을 추가 세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3일 발생한 중부전선 GP 총격 사건에 대한 남측 항의 전통문에 이틀째 회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쏜 직후 남측이 보낸 유감 전통문에도 현재까지 답이 없다. 두 사안 모두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선언한 9ㆍ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북측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서 군사합의의 효용성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먼저 북미ㆍ남북관계 향배에 따라 흔들리는 군사합의 한계 문제가 노출됐다. 9ㆍ19 남북 정상회담 군사합의서 체결 후 △DMZ 내 GP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 하구 공동 수로 조사 등의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도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군사합의 이행도 답보 상태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합의 이행 자체는 북핵 협상과 관계 없이 진행돼야 하지만 북한은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충돌 가능성을 열어둔 말뿐인 적대행위 중지 선언의 한계도 드러났다. GP 총격 사건에서 확인됐듯 1953년 정전협정 때부터 DMZ 내 반입을 금지한 중화기를 남북 모두 GP에 보유하고 있다. 북측은 박격포ㆍ고사총ㆍ무반동포, 남측은 K-3ㆍK-6 중기관총ㆍ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각각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모두 서로를 향해 총알이 장전된 상태로 중화기를 고정 거치해 둔 만큼 언제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군사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행태는 물론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합의 정신을 후퇴시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의 전제 조건은 상호신뢰인데 어느 쪽이든 위반 사항이 발생했을 때 유야무야 넘어가는 상황이 쌓이면 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DMZ 내 모든 GP 상호 철수를 남북 군사회담 의제로 올려 북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지만 북측 호응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6ㆍ15 공동선언 20주년 등을 계기로 북측에 추가적인 군사회담 개최 필요성을 제안하는 등 후속 합의를 이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