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라앉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가성비(가격 대비 높은 성능)를 앞세운 신형 스마트폰이 이달 잇따라 출시된다. 100만원을 훌쩍 웃도는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자 국내외 주요 제조사들이 프리미엄폰 못지않은 ‘스펙’을 갖춘 50만~80만원대 중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지는 제품은 애플이 보급형 모델로 4년 만에 내놓는 아이폰SE 2세대다. 6일 공식 출시되는 아이폰SE는 크기와 모양 면에서 2017년 작 아이폰8과 비슷하지만,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에 사용된 최신 칩셋 A13바이오닉을 탑재해 내실을 키웠다. 4.7인치의 작은 화면에 싱글 카메라만 달렸지만, 주로 프리미엄폰에 들어가는 손떨림 보정 센서(OIS)와 방수ㆍ방진 기능(IP67)을 넣어 호평을 받고 있다. 아이폰 팬들이 그리워하던 동그란 홈버튼도 3년 만에 부활했다.
가격은 국내 출고가 기준 55만원(64GB) 62만원(128B) 76만원(256GB)으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99만~120만원)과 아이폰11프로(139만~203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스펙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작고 가볍고 저렴한 스마트폰을 원하던 소비자에게 맞춤한 상품인 셈이다.
하루 뒤인 7일엔 삼성전자가 ‘보급형 5G폰’ 갤럭시A51와 LTE 전용 갤럭시A31을 출시한다. A31은 37만4,000원, A51은 57만2,000원이다. 아이폰SE와 스펙이 비슷한 모델(A31)은 더 저렴하게, 가격이 비슷한 모델(A51)은 고성능으로 출시해 가성비를 강조하는 것이다. 두 제품 모두 후면에 쿼드(4개) 카메라를 장착했고, 화면 크기도 6.4인치(A31)와 6.5인치(A51)로 웬만한 프리미엄폰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이들 모델보다 한 단계 사양이 높은 갤럭시A71도 내놓는다. 2월 출시한 프리미엄 모델 갤럭시S20 시리즈의 매출 부진을 만회할 겸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다양화해 ‘물량 공세’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매스(대중) 프리미엄폰’을 표방하는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LG벨벳은 15일 공식 출시된다. 회사의 간판 스마트폰 모델 G시리즈를 대체하는 첫 제품으로, 5G 네트워크를 지원하며 트리플 카메라와 6.8인치 화면 등 프리미엄 수준의 사양을 갖췄다. 가격은 89만9,800원으로 책정됐다. LG전자는 8일부터 LG벨벳 예약판매에 돌입하면서 24개월 사용 후 반납 조건으로 출고가의 50%를 할인해준다고 5일 밝혔다. 월 8만원의 5G 요금제를 택해 선택약정할인을 받는 고객이라면 기계 값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가성비 최강’ 브랜드로 꼽히는 샤오미도 이달 중 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자급제폰 ‘홍미노트9S’를 20만~30만원대 초저가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쟁적 출시를 앞두고 ‘보조금 전쟁’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출시 전부터 아이폰SE와 갤럭시A51를 ‘공짜폰’으로 줄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할인 경쟁은 기존 프리미엄폰으로도 번졌다. 두 달 전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엔 이통사 공시지원금 증액에 보조금이 얹혀 출고가 159만원짜리 울트라 모델이 20만~40만원대에 판매되고, 지난해 나온 갤럭시S10은 구입자에게 되레 30만원 넘는 ‘차비(페이백)’을 얹어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혼탁상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불법 보조금을 얹어서라도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려는 조급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입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의 마지노선은 40만~50만원”이라며 “수요 부진이 계속된다면 제조사에서도 출고가 인하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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