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코로나19 상생&협력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보통 한달 넘게 걸리는 서류 작업들이 단 하루 만에 해결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인 봉제업체 대표 박모(60)씨가 전한 최근 분위기다. 한인 봉제업체들이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잇따라 방호복 생산 및 유통 허가를 따내고 있다. 방호복을 직ㆍ간접적으로 생산하는 한인 업체는 15곳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문 물량 취소와 지불 중단에 시달리던 한인 봉제업체들엔 ‘가뭄에 단비’다. 벌써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방호복 등 의료물품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품목이다. 그런데 한국만 예외를 뒀다. 양국이 방호복 공동 생산 방안을 구축해서다. 한국 등에서 원단을 들여와 한인 봉제업체가 방호복을 만들어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물량의 일부를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수용으로 사들이는 식이다. 일본도 우리나라를 따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간 방호복 생산기지로 한국과 중국 업체들을 저울질하다 한국을 택했다. 한국산 방호복의 우수한 품질, 현지인 5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진출 한인 봉제업체 300곳의 친화력과 저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방호복이 부족해 비옷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현지 의료 실태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잇따른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 방호복 기부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양국 협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기업, 교민사회가 더불어 나서면서 보다 풍성해지고 있다. 한국산 방호복은 현지 의료진의 희생을 막고, 한국산 진단꾸러미는 신속한 검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형 승차진료소(드라이브 스루)도 선보였다. 최근 국립인도네시아대(UI) 의과대학에 의료진 보호장비를 전달한 강원대의 조성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힘든 시기가 지나갈 것을 믿으며 더 많은 협력과 지혜를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통관 배송 등을 지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이창현 부관장은 “우리 기업들의 지원이 고무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을 코로나19 국제 협력의 본보기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회(DPR)의 함다니(56) 전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수많은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하다”라며 “이후 양국의 협력은 한 단계 높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두 살 때부터 한상기업 코린도그룹에서 사환으로 일했던 함다니 전 의원은 인도네시아 국회 상ㆍ하원 의원을 10여년간 지낸 입지전적 인물로, 한국-인도네시아 양국 교류 47년 역사의 아름다운 산증인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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