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고급 아파트ㆍ명품 등 분풀이 소비… 가계 저축액은 1분기 6.6% 급증

‘가진 자’는 지갑을 열었고 ‘없는 자’는 통장을 잠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중국에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유층은 감염병 탓에 하지 못한 씀씀이를 분풀이라도 하듯 고가 명품과 부동산 사재기에 나섰다. 반면 대다수 서민은 이런 위기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몰라 저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중국 고소득층의 소비 욕구는 왕성하다 못해 폭발 직전이다. 단적으로 지난달 11일 재개장한 광둥성 광저우의 에르메스 매장 첫날 매출액은 무려 1,900만위안(약 33억원)에 달했다. 해당 금액은 중국 단일 상점 최고 기록이다. 패션산업 전문지 WWD는 “이날 한 번에 500만위안(약 8억원)어치를 구매한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ㆍ자동차 시장에도 ‘큰손’이 대거 등장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하이에서는 한 채 가격이 1,700만위안(약 29억원)에서 7,800만위안(약 134억원)에 이르는 고급 아파트 160채가 완판됐다. 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3윌에만 중국에서 1만160대를 팔아 치웠다. 중국 진출 이후 최다 판매실적이다. 테슬라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월만 해도 판매량이 3,900대에 그쳤다.
여기까지는 부자들의 이야기다. 통계는 다른 말을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올해 1분기 가계저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4,700만위안 늘어 6.5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루 711억위안씩 저축액이 증가한 셈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그 이유를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급여가 깎인 소비자들이 많아 미국식 소비 행태를 보여 왔던 젊은이들조차 지갑을 닫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3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시장 예상(7.5%)보다 선방했지만, 소매 판매는 15.8%나 줄었다. 1, 2월 감소치(20.5%)와 비교하면 소비가 다소 회복됐다고 볼 수 있으나 돈을 쓰지 않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SCMP는 중국에서 2분기에도 전반적인 ‘보복 소비’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중국 서남재경대 연구팀이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 이용자 2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는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은 특히 저소득층에 타격을 줘 고용 불안정이 한층 높아졌다”면서 “대규모 소비 진작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보복 소비가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성장 엔진에 탄력을 붙이려 애를 쓰고 있다. 금융전문 매체 중국정취안왕(中國證券網)은 5일부터 상하이 등에서 열리는 ‘쇼핑 페스티벌’을 맞아 기업들이 소비 쿠폰과 할인 등의 방법으로 적어도 130억위안(약 2조2,390억원)의 쇼핑보조금을 풀었다고 전했다. 지페이펑(紀飛峰) 국가개발은행 상하이 금융연구발전센터 수석연구원은 “쇼핑보조금 지급 등은 정부 재정정책과 시장방식을 결합한 것으로 가장 빨리, 또 효과적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면 2분기 소비 시장은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