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하루하루는 단거리 달리기의 연속과도 같다. 육상 선수가 미리 정해 둔 보폭과 걸음 수, 호흡법을 지키며 달리듯 대통령 또한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해 일정을 소화한다.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3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사이 언론에 공개한 일정만 800여차례 이상 소화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대통령의 일정을 준비해 온 이들이 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나면 이들은 또 다른 장소에서 대통령을 기다린다. 그리고 대통령이 나타나기 10분 전, 그들의 눈빛과 몸짓에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대통령의 공간은 바닥에 부착된 직경 5㎝ 미만의 작은 점으로, 그의 시간은 초 단위로 잘게 쪼개져 동선으로 이어진다. 경호와 의전, 언론 대응팀은 각각의 매뉴얼에 따라 최적의 동선을 구축한다.
국경일 기념식처럼 비중 있는 행사의 경우 보다 정확한 동선 계산을 위해 대통령의 대역이 등장한다. 한 행사라도 3명의 대역이 동원되는데, 경호와 의전팀, 춘추관이 각각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경호팀은 대통령의 동선에 따라 대역을 이동시키며 안전에 관한 사항을 체크하고 의전팀은 대통령의 작은 움직임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단상과 마이크, 프롬프터의 높이 등을 미리 점검한다. 그 때문에 의전팀 대역은 주로 대통령과 비슷한 체형의 소유자가 맡는다. 언론 분야를 담당하는 춘추관 역시 자체 대역을 세워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준비하고 수정, 보완한다. 모든 과정이 돌발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포함한다.

청와대 외부 일정의 경우는 무엇보다 경호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일정 자체가 경호상 극비에 해당하므로 행사 기획사조차 세부 사항을 행사에 임박해서야 알게 되는 게 보통이다. 대통령 행사 기획을 경험한 복수의 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참석 여부는 물론, 정확한 날짜도 알 수 없었다”며 “일단 최고 수준의 의전을 기준으로 행사를 기획했고, 중간에 시설 안전 문제나 과잉 의전 등의 문제가 있어서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경호팀은 통상 행사 하루 전 금속탐지기와 폭발물 탐지견 등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을 수색하고 위험물을 숨길 수 있는 장소를 봉인한다. 그 이후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해외 순방이나 현장 방문을 앞두고는 사전 답사팀이 나선다. 이들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현장 상황을 미리 파악한 후 경호 및 의전 매뉴얼에 맞는 환경을 확보한다. 그러나 전통시장처럼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를 방문할 경우 미리 계획한 동선과 시간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몰려든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겠다고 대통령을 향해 돌진하기도 하고 돌발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그때마다 경호원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른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경호 실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께서 열린 경호를 지향하는 만큼 경호팀이 더 긴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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