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알래스카 지역의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보도가 선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홍콩사회를 달군 반(反)정부 시위 사태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한 사진 다수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4일(현지시간) 1년여에 걸쳐 알래스카의 성폭력 문제를 파헤친 앵커리지 데일리뉴스와 프로퍼블리카를 가장 평가 가치가 높은 2020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두 매체는 공동 취재를 통해 토착민 비율이 높은 알래스카 농촌지역에서 공권력이 제한되거나 부재해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많은 성범죄자가 거주한다고 폭로했다.
탐사보도 부문에는 최대 100만달러(약 12억2,000만원)를 웃도는 가격에 택시면허를 사들였다가 가격 폭락으로 빚더미에 앉게 된 뉴욕시 택시기사들의 사연을 5부작으로 전한 뉴욕타임스(NYT) 기획이 선정됐다. NYT는 2016년 미 대선 개입 이후 우크라이나 등에서 지속된 러시아의 해외선거 공작을 추적해 국제보도 부문 상도 거머쥐었다. 국내보도 부문 선정작은 연쇄 추락사고를 일으킨 보잉 737 맥스 결함과 관련한 시애틀타임스의 연속 보도가 차지했다.
속보사진 보도 수상은 홍콩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을 실시간 포착한 로이터통신에 돌아갔다. 또 특집사진 부문에선 인도 정부의 통행 금지 조치로 혼란에 빠진 분쟁지역 카슈미르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AP통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신설된 오디오 부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다룬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바이스뉴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퓰리처상은 보도ㆍ문학ㆍ음악 분야를 심사하는데, 언론은 뉴스ㆍ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ㆍ드라마ㆍ음악은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낸다. 언론의 경우 미국 내 신문사에서 활동해야 하며 문학과 드라마, 음악은 반드시 미국 시민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지난해까지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공식 수상자 발표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데이나 카네디 퓰리처상 사무국장 자택에서 선정작을 공개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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