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직후 자신의 승용차 타고 거제로 이동
취재진 만나자 “사람 잘못 봤다” 줄행랑
시민들 “죄의식도 없고, 무책임에 끝이 없다”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경남 거제의 한 펜션으로 가서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오 전 시장 지인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사퇴 직후 자신의 K9 승용차를 몰고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 유람선 매표소 인근의 펜션으로 가서 머물렀다. 한때 오 전 시장 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한 별장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오 전 시장은 거제에서 있었다.
지난달 23일 사퇴 후 이동 중에 거가대교 휴게소에서 찍힌 오 전 시장의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 오기도 했으나 그간 오 전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과 소문만 무성했다.
오 전 시장의 한 지인은 “자신의 판단으로 거제로 간 것 같지는 않고, 주변 측근 등의 조언에 따라 거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은 문제의 펜션에서 오 전 시장을 발견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펜션 로비 한쪽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청바지와 회색 후드 티를 입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4층 규모인 이 펜션은 오 전 시장과 가까운 지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을 만난 오 전 시장은 성추행, 불법 청탁, 정무 라인 개입 등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피한 채 “사람 잘못 보셨다”면서 자신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황급히 뜬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의 차량은 자신이 시장 선거 운동 기간에도 사용했던 차량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지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은 자신이 있는 곳이 드러난 만큼, 경남의 또 다른 은신처를 찾아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펜션 등지에 숨어서 쉬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연산동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45)씨는 “각종 의혹으로 인한 피해자와 시민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정말 화가 난다”면서 “죄의식도 없고, 무책임함에 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오 전 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아,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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