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대구MBC 전 보도국장
“내가 할아버지 자서전을 쓰면 넌 내 자서전 써줄래?”
아버지의 말에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의 약속을 받고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자서전(子敍傳)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이 썼다는 뜻으로 ‘자(子)’ 자를 넣었다. 이성훈 대구MBC 전 보도국장이 쓴 이육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평전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 전 보도국장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신문 기자로 활동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후 40여년 간 인연을 이어가며 3번의 낙선을 포함해 10번의 선거를 치르며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평생을 바친 이육만 상임고문의 굴곡진 삶을 담담한 어조로 담아냈다. 20번 넘게 이사를 다니며 야당 정치인의 애환의 함께 버텨낸 가족들의 사연은 양념이다.
책을 읽고 나면 작가가 왜 아버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는지 이해가 된다. 전쟁고아들과 함께한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정론직필을 위해 뛰어다니던 기자 시절, 인성교육을 강조한 교사 생활, 그리고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5개의 범주에 나눠 담은 이 상임고문의 이야기를 하나씩 음미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답이 안 나오는 야당 정치인의 삶을 수긍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야기 광주리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들이 쏠쏠하다. 인혁당 당수로 사형을 당한 도예종과의 인연, 영남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 동병상련을 나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등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솔깃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서술 방식에도 독특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가상의 인물에 가탁해 서술한 글을 탁전(託傳)이라고 하는데 ‘영남 인동초’는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이로 태어난 주인공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 화자로 등장한다. 탁전 형식을 일부 차용한 셈이다.
작가는 “자서전(子敍傳)은 부모님께 최고의 효도 선물일 뿐만 아니라, 당신들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다 보면 성장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생긴 마음의 상처들이 저절로 치유될 것”이라면서 “개인의 기록이 촘촘하게 모여 역사 기록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런 류의 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