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한 뒤 내내 침묵하면서 총격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군 당국은 ‘우발적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등장(2일) 다음날이라는 시점, 조준한 듯 GP에 발사된 탄흔 등이 여러 의혹을 부르고 있다.
4일 군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군은 전날 오전 7시41분쯤 강원 철원 지역 DMZ 내 한국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고사기관총) 총탄 4발을 발사했다. 고사총은 한 번 당기면 3, 4발씩 연발된다. DMZ 내 GP에서는 남측과 북측 모두 유사시를 대비해 서로의 초소를 향해 화기를 고정시켜 두는데, 해당 고사총도 남측 GP를 겨냥해 고정시켜 놨던 화기라고 군 당국은 추정했다. ‘의도’를 갖고 4발을 차례로 쏜 게 아니라, 한 번의 오작동 혹은 실수로 4발이 연발로 발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총격이 우발이냐, 도발이냐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탄착 지점이다. 목표를 정조준해 총격을 가하면 특정 지점에 탄흔이 집중된다. 3일 GP 외벽에서 발견된 4발의 탄흔도 한 지점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탄착 지점 만으로 도발 가능성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군 관계자는 4일 “GP에선 화기를 고정시켜 두기 때문에 우발적 사고여도 탄착 지점이 모일 수 밖에 없다”며 “총격 발생 시점이 북측 근무 교대시간이었고 총격 이후 북측의 특이 동향이 없던 점 등을 종합하면 우발적 사고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3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정보를 보고 파악했을 때 우발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복귀한 바로 다음 날 총격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개입한 도발로 보기엔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 진전을 원하는 정부로선 북측이 도발을 해도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도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발적 사고 혹은 실수였다 해도, 남북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이에 군 당국은 3일 총격 직후 항의 전통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4일 오후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는 “남한 정부가 GP 총격 이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 핫라인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북한의 회신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4일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남한 비방에 나섰다. 메아리는 “남조선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적극 동조한다”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에 돌리는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이날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총격이 발생한 GP에 특별조사팀을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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