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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잠망경] “코로나19 방역성공 계기, ‘의료입국’ 가속페달 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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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잠망경] “코로나19 방역성공 계기, ‘의료입국’ 가속페달 밟아야”

입력
2020.05.04 16:31
수정
2020.05.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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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격의료 시장 내년 50조원으로 매력적

의료분야와 IT 인프라 결합하면 미래 성장동력

규제 폐지 위해 정부ㆍ의료계ㆍ민간 머리 맞대야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 강북삼성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하고 있다. 뉴스1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 강북삼성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뭘까. 왈가왈부 말들이 많지만 지금까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 등의 추이로만 봐도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성공적인 나라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또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지도자들조차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에 대해 배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을 보면 은근한 자부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방역에 성공한 다양한 이유에 대해 일부 가짜뉴스라고 할 수준의 내용들도 넘쳐나지만, 설득력 있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심각했던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때 마스크 공급이 원활했다는 것이 어쩌면 아이러니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마스크 공급루트가 몇 년 전 확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KF94, KF80 등의 얘기를 처음 들어본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미세먼지에 주목하면서 거리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환경법을 개정하면서 미세먼지를 규제대상에 포함시켰고, 그 해부터 미세먼지 예보가 시작됐다. 이후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줄지어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록 공급량이 충분치는 않았더라도 요일별 공급조절을 통해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는 의료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어있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일각에서는 과잉의료시스템 덕분이라고 빈정대기도 하지만 병상과 각종 첨단 의료기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임은 틀림없다. 특히 평상시에는 별달리 유용성이 없었던 정부 지자체 기업의 연수원 시설이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격리하는데 매우 유용했다는 지적도 그럴 듯 하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내 민간시약 개발업체가 서울역 대회의실 미팅을 통해 진단키트를 조속히 개발ㆍ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큰 기여를 했다.

또 IT(정보통신)의 발달로 휴대폰 신용카드 CCTV 등이 대량보급 되면서 환자나 접촉자의 동선 파악이 용이했다는 것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막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대구 시민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고,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끈기를 보여준 것은 당연히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케일의 정신을 이으려 3,000여명의 의료진이 대구로 향하는 모습은 ‘K방역’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이것 말고도 주목할 것이 또 있다. 이과에서 가장 고급인력이 모이는 곳이 의대다. 전국 상위 1%의 이과 학생들이 의대로 몰려든 것이 벌써 수십 년째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그렇게 됐다.

1980년대에는 기술입국(技術立國)이 대세였다. 전기ㆍ전자공학과를 중심으로 많은 혜택이 주어진 것이 지금 우리나라가 전자ㆍ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약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자격증이 중시되면서 대학의 의ㆍ치학과의 합격선이 명문대 공대를 앞서게 됐다.

우수한 의사들이 연간 3,000여명씩 배출됐으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의료입국(醫療立國)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우수한 인력이 의료계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가 신속하고 정확했다는 얘기가 되겠다. 우리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번 사태로 인해 확고한 위상을 점하게 됐다.

의료분야가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 IT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원격진료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의료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내년에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급속도로 커가는 이 원격의료 시장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 민간이 머리를 맞대 ‘의료입국’으로 도약을 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분야의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연구와 실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의료 한류’가 세계 각지에서 꽃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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