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외출 않는 가정 많아… 병원, 복지재단 등도 행사 취소
“해마다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갔는데 별 수 없죠. 올해는 집에서 보내야죠.”
서울 광진구에 사는 최현서(30)씨는 요즘 다섯 살인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위해 ‘집 안 놀이공원’ 만들기에 분주하다. 큰 애가 세 살 때부터 어린이날이면 놀이공원을 찾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에 올해는 안전한 집안에 있기로 결정했다. 최씨는 “탁구와 컬링 등을 할 수 있는 멀티게임테이블 구입과 어린이용 캠핑 장비를 빌려서 설치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밖으로 나가는 건 아직 이르고 여름은 돼야 맘 편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외 활동으로 ‘어린이보다 부모가 더 바빴던’ 어린이날도 신종 코로나 영향에 예년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나 어린이재단 등이 야외 행사를 전면 취소했고 부모들도 외출을 꺼리는 탓이다.
4일 지자체 발표를 종합하면,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이 어린이날 행사를 건너뛰기로 했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위해 시내 모든 공원의 어린이날 축제ㆍ행사를 취소한다고 전날 밝혔다. 대전 광주 등도 신종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어린이날 행사를 모두 없앴다. 대형 쇼핑몰이나 놀이공원 등에는 일부 어린이와 부모들이 몰리겠지만 이전보다는 정도가 덜해 비교적 조용한 어린이날이 전망된다.
감염 예방을 최우선에 놓은 부모들은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경기 수원시에서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사는 이모(34)씨는 “아이와 처음 맞는 어린이날인데 집 안에서만 머물러야 한다는 게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병원과 복지재단 등에서 매년 열었던 행사들도 없어져 소아 환자나 조손가정 아이들은 더욱 외로운 어린이날을 보내게 됐다. 서울대병원ㆍ연세세브란스병원ㆍ서울아산병원 등 어린이병원을 갖춘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올해 관련 행사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30년간 거의 빠짐없이 자체적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외부인이 병원에 오가는 게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복지재단들 역시 매년 이어온 공연ㆍ방문 행사를 올해는 열지 못한다. 초록우산재단 관계자는 “아동놀이키트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했지만 평년처럼 야외ㆍ방문 행사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행여 아이들이 느낄지 모르는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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