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핵심이익은 지키고, 대외 이미지는 높이고”
전세계 12조원 규모 의료물자 지원하며 영향력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서구가 ‘중국 책임론’을 내세워 포위망을 좁혀오자 중국도 다양한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미국을 상대로 강조해온 ‘구동존이(求同存異ㆍ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 추구)’ 기조를 유지하되 국제사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중국의 존재감을 넓혀가는 것이다. 황징(黃靖) 베이징어언대 국제지역연구원학술원장은 4일 “핵심이익을 지키면서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의 부당한 정치공세는 단호히 반박하되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다하며 강대국의 위상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인민일보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실명 비판한 이후 일주일째 관영 매체를 앞세워 반격을 가하고 있다. 공격대상도 미 정부에서 의회 정치인과 주류 언론으로 확장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기세싸움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서구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국을 옭아매려는 시도에는 단호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위협에는 톤을 낮춰 대응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대중 관세로 인해 2018년 3월 이후 미 수입업체가 590억달러(약 72조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관세를 없애면 미 기업들은 매월 최대 30억달러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각적인 반박보다는 미국 내 여론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에너지 분야의 경우 중국을 상대로 국제사회가 원유 금수조치를 취하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원유 소비의 72%를 수입으로 충당한 중국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국내 방역에 치중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지원금을 거둬들이는 사이 중국이 전세계에 지원한 의료물자 규모는 700억위안(약 12조원)을 넘어섰다.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협력 수준을 높이면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의 거리를 좁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기업인의 입국을 간소화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시행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교역량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등 중국의 역내 영향력은 도리어 강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공감 외교’를 앞세워 중국은 서구가 주도하는 대중 봉쇄전략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펑보(彭博)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려면 의학적 치료와 과학적 발견을 넘어 협력을 향한 폭넓은 합의를 이뤄야 한다”면서 “중국이 제안한 공동의 청사진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서구의 코로나19 관련 소송 움직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원칙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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