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50년 안에 세계 인구 3분의 1의 거주 지역 평균 기온이 29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5일 중국, 미국, 유럽의 고고학자, 생태학자, 기후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Future of the Human Climate Niche(인류 거주 적합지역의 미래)’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ㆍPNA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전 세계 인구는 거주와 농작물 생산, 가축을 기르기에 적합한 매우 좁은 기후대인 대부분 연평균 기온 11~15도 지역에 집중돼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소수의 인구는 연평균 기온 20~25도 지역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지역에 대해 연구진은 ‘Human Climate Niche’(인류 거주 적합지역)’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지금 같은 추세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기온이 상승할 경우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50년 내 29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환경은 현재 내륙의 0.8%에 해당하고 대부분 사하라 사막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하지만 2070년에는 19%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인구의 30%에 달하는 35억명이 급격한 기온 상승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주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 변화 추이만 따져본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인도ㆍ파키스탄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전역, 중남미 국가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연구진은 또한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 2070년쯤 평균 체감 기온이 7.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치가 3도를 조금 웃돌 것이라는 기존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전망치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1도 높아지면 약 10억명이 살기 힘든 기후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며 “기온상승으로 영향 받을 지역은 적응력이 낮은 가난한 국가들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의 마틴 쇼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과 몇 달 전 예측할 수 없던 변화를 몰고 왔듯이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도 그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기후변화는 조금 느리게 진행될 수는 있어도 코로나 대유행과 달리 인류가 기대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퍼 교수는“이런 재앙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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