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본소득 해외 사례는… 핀란드 청년 실업자 대상 실험 성패 두고 갑론을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본소득 해외 사례는… 핀란드 청년 실업자 대상 실험 성패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0.05.21 08:00
4면
0 0

 “취업률 상승 효과 없어 실패작” “구직활동 줄지 않아 성공적” 

핀란드 사회보험국(Kela)이 2017~2018년 실시한 ‘기본소득’ 실험의 성패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은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거리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 사회보험국(Kela)이 2017~2018년 실시한 ‘기본소득’ 실험의 성패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은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거리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한국 사회에서 국민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논쟁이 급부상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 기본소득의 속성이 일정 부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일정기간 동안 꾸준히 무조건적으로 지급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의 전(前) 단계로 볼 수도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선 이미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그 성패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제 논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례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다. 핀란드 사회보험국(Kela)은 2017~2018년 실업자 2,000명(25~28세)에게 매월 560유로(약 74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 실험’을 2년간 진행했다. 기본소득이 취업률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는 취지로, 실업급여 지급 대상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설정됐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결론적으로 기본소득 지급이 ‘취업률 상승’으로 직결되진 않았다. 기본소득 수급자들과 실업급여 대상자들의 취업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국내외 언론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실패’로 규정했다. 기본소득제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이 크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했던 시그네 야우히아이넨 Kela 선임경제학자는 “핀란드의 실험은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근로의욕 저하를 주장하지만, (구직활동ㆍ직업훈련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실업급여와 비교해도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의 구직활동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례로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영구기금 배당금’이 꼽힌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1982년부터 석유 등 천연자원으로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한 뒤, 투자 수익을 주민과 공유해 오고 있다. 매년 물가 등을 반영해 지급액을 산정하는데, 2018년에는 ‘1년 이상 알래스카 거주’ 조건을 충족한 시민권자 전원에게 연 1,600달러(약 196만원)가 건네졌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기본소득제의 성패는 결국 ‘재원 마련’에 달려 있다. 만약 알래스카주에 ‘석유’라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원이 없다면, 영구기금 배당금 제도도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 저소득층 4,000명에게 3년간 매달 1,320캐나다달러(약 115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가 재원 부족으로 1년 만에 중단했다.

때문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해선 ‘증세’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금민 소장은 “기본소득 관련 조세는 ‘순(純)증세’ 개념으로 접근해서 증세와 관련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본소득으로 매달 30만원을 받는 사람이 추가로 내는 세금(명목증세)이 40만원이라면, 실제 증세는 40만원이 아니라 10만원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