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窓)] ‘빅 브라더 신드롬’이라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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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窓)] ‘빅 브라더 신드롬’이라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

입력
2020.05.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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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미중 갈등 재점화

신자유주의 기반 국제분업체계도 몰락

정부만능의 ‘국가주의’ 망령부활 우려

게티이미지

코로나 팬데믹은 향후 세계경제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까? 특히 그 핵심인 미중 무역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 사태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의해 휘청거리던 국제질서에 ‘국가주의’라는 마지막 일격을 가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국제분업체제의 몰락’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1단계 미중 무역합의’로 봉합된 미중 갈등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다시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워싱턴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중(反中)연대를 강화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가 집권 이후 순차적으로 추진해 온 우방국과의 ‘관계 리셋(재정립) 전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트럼프는 집권 이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한 데 이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를 체결했고 일본과의 무역협정도 타결했다. 최근에는 영국, EU(유럽연합)와 무역협정을 추진 중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국이 인도, 케냐, 브라질과의 무역협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동맹국까지 대중국 견제에 활용하려는 백악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인 인도가 최근 중국을 ‘코로나 발원국’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흥미롭다. 인도 변호사협회는 ‘우한 바이러스 글로벌 확산의 주범은 바로 중국 정부’라며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일부 주와 영국의 학회, 이탈리아의 네티즌들 또한 대중 소송전에 돌입했다. 인도는 1918-1920년 스페인 독감 때 무려 1,650만명이 사망한 나라다. 보건ㆍ위생 인프라가 취약해 사망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도 전역은 코로나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미중 충돌이 불가피한 또 다른 이유는 지난 1월 1단계 합의에서 중국 정부가 한 약속이 공수표가 될 운명에 놓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대미(對美) 수입액을 2,000억달러어치 추가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중국의 수입 수요가 급감한 데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을 늘릴 방도도 마땅찮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국영기업과 보조금 이슈에 대해 EU, 일본과 함께 공동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을 겨냥, 미 상무부가 중심이 되어 통화가치의 절하 행위를 보조금으로 간주, 그에 상응하는 관세 부과가 가능하도록 상계관세 규정을 개정하였고 발효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절도나 보조금 등을 다루기로 한 미중 2단계 합의 또한 사안이 중국의 체제 유지와 직결된 것이니만큼 타결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조만간 코로나 거액 배상 제소나 대규모 무역보복 조치 등 극단적인 중국 때리기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잘나가던 미국 경제의 추락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 법적, 경제적 책임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묻는 형식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멍든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암운이 몰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상이한 두 개의 국제 체제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나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서방 연합체이고 또 하나는 중국의 일대일로 원조ㆍ협력 관계를 제도화한 반자유주의 동맹체이다. 두 체제의 진화 과정에서 상당수 다국적 기업들은 디지털 시장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탈중국을 포함한 지역화나 리쇼어링(본국회귀) 등 생산기지의 재배치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팬데믹 시대,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빅 브라더 신드롬’이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바로 ‘국가주의’ 망령의 부활이다. 이 위기의 과정에서 개인의 창의와 시장의 활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배급과 분배만 난무하는 국가주의 ‘빈곤의 덫’에 우리 경제가 빠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자유와 시장경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미래의 시간들이 지금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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