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제주 등 주요 관광지 연휴 호텔 예약률 70~90%
반면 수도권 도심 호텔 여전히 주중 객실 텅텅
“주중 객실과 연회장 장사돼야 매출 회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분기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가 황금연휴 기간 내국인 수요 증가로 다소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훈풍은 일부 관광 지역에 국한될 뿐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올 때까지 사업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업계에선 고용 인원이 많은 호텔업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보릿고개’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4일 호텔ㆍ리조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연휴 기간 강원, 제주 등 주요 관광 지역을 중심으로 호텔 객실 예약률이 평균 70~90%로 올라섰다. 일부 사업장의 객실 예약률이 10%대로 급락했던 1분기에 비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 호텔들은 여전히 낙관론을 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해외 비즈니스 고객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호텔은 주중 객실이 텅 빈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강남권 호텔의 경우 외국인 수요가 60~70%에 이를 정도인데, 코로나19로 방한 외국인이 뚝 끊긴 터라 매출 타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 입국자는 8만3,49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6% 급락했다.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5.2% 상승한 127만2,708명의 외국인이 입국하며 호텔업계의 기대심리를 높였지만, 당장 2월 들어 외국인 입국자 수(68만5,212명)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파른 내리막이다. 연회장 등 부대시설도 평일 기업 행사가 크게 줄어들면서 결혼식, 가족 연회 등 ‘주말 장사’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상 첫 영업적자(-668억원)를 낸 호텔신라의 경우 호텔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1년 전 5억원에서 178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수도권 내 5성급 호텔도 호텔신라와 비슷한 처지일 거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텔업계의 4월 실적은 그야말로 절벽일 것”이라며 “2분기도 먹구름이 가득하다”고 우려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수도권 특급호텔은 내국인 고객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숙박료를 1박에 10만원대로 대폭 낮추거나 두 끼 식사, 룸서비스, 선물 등이 포함된 파격적 패키지를 내놓는 식인데 일회성 이벤트를 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가 많은 호텔업 특성을 감안하면 내국인을 바라보고 호텔 문을 열어놓는 것 자체가 ‘출혈 영업’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문을 닫았고, 파크 하얏트 서울도 다음달 8일까지 호텔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호텔은 객실과 부대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든다”며 “일반 제조업은 전체 매출의 12%가량 인건비로 나가지만 호텔업은 30% 정도, 부대시설이 많은 4~5성급 호텔은 40~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호텔산업의 이런 특징 때문에 업황 부진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통상 호텔들은 객실 청소, 세탁, 주차 등을 외주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계 내부에선 원활한 아웃소싱이 가능한 객실 이용률 하한을 70~80%로 본다. 객실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이들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가 가장 먼저 정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호텔 등 관광숙박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를 90%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 하청업체 노동자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호텔업협회는 최근 정부에 호텔 건물ㆍ토지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달라고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부처인 기획재정부 등은 감면에 긍정적 답변을 했지만, 정작 재산세와 종부세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실질적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가 빨리 이뤄져 제때 핀셋 지원이 돼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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