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혐의 20대 기막힌 행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20대 남성이 하루에 세 번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되고도 모두 풀려났다. 심지어 석방에 필요한 보석금마저 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감옥을 비워야 하는 주정부 정책 탓에 범죄자만 활개를 치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다.
기막힌 운빨의 주인공은 디종 랜드럼(24). 미 ABC뉴스에 따르면 랜드럼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글렌도라에서 차량을 훔쳐 달아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소환장만 발부하고 그를 풀어줬다. 석방 한 시간 뒤 랜드럼은 다시 체포됐다. 인근 주택가 앞마당에 있는 물건을 훔친 혐의였다. 경찰은 이번에도 도난 물건을 회수하고 소환장을 재발부했다. 오후에 랜드럼은 주차된 차량을 훔쳐 도망치다 또 검거됐다. 주경찰까지 나서 고속도로 추격전 끝에 겨우 그를 붙잡았으나 역시 소환장만 건넸다. 한나절도 안돼 세 번이나 범행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감옥살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행운은 코로나19 시대 캘리포니아주의 달라진 교정정책 덕분이었다. 주 사법위원회는 지난달 6일 ‘보석금 면제(zero-bail)’ 조항을 도입했다. 경범죄와 일부 중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소환에 동의만 하면 보석금 없이 구금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교도소나 구금시설 수용자를 최대한 줄여 시설 감염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앞서 샌버나디노카운티 치노힐스의 한 남성도 이틀 동안 4차례 가택 침입 혐의로 체포됐으나 역시 이 제도가 적용돼 석방됐다.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범죄 피해 증가를 우려하는 비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신디 버크먼 샌버나디노카운티 보안관 대변인은 “시민들은 범죄자가 격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드 스피처 오렌지카운티 지방검사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주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면서 고위험 성범죄자 7명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억제를 이유로 1만6,000명의 수감자가 석방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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