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가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190여개국에 독점 공개한다고 했을 때 나온 영화계의 반응이었다. 이 영화는 원래 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된 바 있다. 아니나다를까. 넷플릭스가 내건 홍보 문구 중 하나가 ‘기생충의 최우식 출연’이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경제가 붕괴한 가까운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기훈(최우식)과 친구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상수(박정민)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범죄를 꾸미다 한(박해수)이라는 사내에게 쫓기는 과정을 그렸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최우식은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기생충’ 이후 해외 관객들에게 출연작을 빨리 보여드릴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은 청춘 스타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최우식은 “출연작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작업) 과정”이라며 “이 형들(이제훈 박정민 안재홍)과 함께 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감독님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시나리오로 느낀 스릴감이 영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도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촬영장은 즐거웠다. “연기는 긴장됐지만 현장에서 형들이 많이 예뻐 해줘 소풍 간 느낌”이었다. “(처음 만난 배우들과) 빨리 못 친해지는 편인데 형들이 먼저 다가와 너그럽게 대해준” 덕을 봤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엉뚱하게도 “좀 잘 생기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젊은 시절 반항기 넘치는 사진 속 머리를 따라 하길 바랐는데, 기훈과 어울리게 잘 나와서 만족해요.”
최우식은 2010년 케이블채널 MBC드라마의 ‘별순검’으로 데뷔했다. 10년 사이 그는 ‘부산행’ ‘기생충’ 등을 거치며 주연급 배우로, 세계적 스타로 성장했다. 세계적 인기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늘어난 것”을 보고 실감한다. 지금 팔로어는 140만명이다.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으로 바로 인사 드릴 수 있게 돼 해외 친구들이 좋아한다”며 웃었다.
최우식은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연극무대도 겪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장 비법은 “꾸준함과 즐거움”이다. “촐싹거리는 캐릭터로 이미지 고정된다고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그런 연기를 할 때 계산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그런 연기가 재미있어 계속 했는데 운 좋게 출연 제의가 이어지더라고요. 나비효과처럼 작은 일이 계속 커진 셈이죠.”
할리우드에서도 이제는 먼저 연락이 온다. ‘기생충’ 관련 인터뷰를 영어로 소화해낸 것도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이유다. “출연작은 올해 정해질 듯한데, 그것도 타이밍이 잘 맞아야지요. 욕심 낼 생각은 없고요,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하고 그걸로 해외 분들이 더 좋아했으면 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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