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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춘이니 더 아프다

입력
2020.05.05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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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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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이 막 지났다. 중국에서 5월 4일은 ‘오사청년절(五四靑年節)’로 불린다. 그 기원은 1919년에 일어난 ‘오사운동(五四運動)’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주의에 반대했던 애국적인 운동이라고 해서 ‘오사애국운동(五四愛國運動)’으로 부른다. 매년 5월 4일 중국 각 지역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다채로운 기념 활동도 거행하고 성년식도 갖는다. 청년들이 일년 중 가장 주목받는 날이기도 하고 언론에서 ‘애국’이 넘쳐나는 날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도 5월 4일 청년절을 맞이하여 “청년의 이상과 신념이 국가와 민족의 전진 동력”이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100주년을 맞은 작년에는 “청년들의 원대한 이상과 굳건한 신념은 국가와 민족이 어려움을 뚫고 전진해 가는 동력이다. 청년의 포부가 높고 원대하면 분투하여 전진해 나가는 잠재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청춘의 세월은 방향키가 없어 표류하는 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이상과 포부, 국가와 민족 등을 강조했다. 언론에서도 이 시기 ‘청년’ 두 글자는 핫한 아이템이다. 청년의 원대한 이상이 인생의 방향을 이끈다는 사례로 시진핑의 청년 경험의 모범 사례 소개도 빠트리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의 청년 시절은 하방(下放)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 동시대를 살았던 하방된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를 직접 겪었다. 그는 토굴 생활에서 빈대와의 싸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냈다. 젊은이의 눈으로 굶주리고 헐벗은 사회주의도 눈앞에서 직접 목도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고 지도자에 오른 것은 분명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중국의 청년들이 다 시진핑 주석일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부모가 고관대작이거나 부유한 것은 분명 성장 가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사회적 관행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출발이 다를 수는 있지만 출발의 조건이 다른 것은 차별이다. 중국의 많은 청년들은 조건이 다른 차별에서 출발하여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년 800만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졸업을 한다. 올해는 지난 해에 비해서 약 40만여명 증가한 870만여명이 학교 문을 나설 예정이다. 미국과 경제무역 갈등으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취업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청년 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대학원 입학 정원을 늘리는 등 청년 실업률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의 당과 국가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청년절을 맞아 이상과 포부, 국가와 민족을 얘기하고 있다. 당장 취업 등 사회 진출이 걱정되는 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청년의 삶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이상이나 포부가 없어서가 아니다. 100여년 전 량치차오(梁啟超)는 “소년이 강하면 곧 나라가 강하다(少年強則國強)”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옮은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청춘은 단련으로 빛을 발하고, 인생은 분투로써 나아간다(青春由磨礪而出彩, 人生因奮鬥而升華)”고 했다. 불굴의 도전 정신은 난관을 극복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청년의 미래는 여전히 흐리다.

기념일을 기념하지 못할 때 더욱 처량해진다. 청년절에도 청년은 주체가 아니라 여전히 객체다. 어느 청년이 이상과 포부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국가와 민족에게 기여하고 싶지 않겠는가. 중국의 청년이든 한국의 청년이든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놓여 있다.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 봐주고 눈높이를 맞추는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라도 아플 수 있음에 공감해야 한다. 이상과 포부, 국가와 민족은 아픈 청춘에겐 아직 공감할 수 없는 사치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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