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50%가 확진 후 1주일 내 사망
아베 “하루 2만건 검사”에도 절반 수준
오사카에선 10일 기다려야 검사 받기도
신속한 검사ㆍ고령자 중증화 대책 시급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확진 판정 후 사망까지 평균 8.7일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관련해 하루 2만건 실시를 공언했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도쿄와 오사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중 확진 판정일이 공표된 100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확진 후 평균 8.7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절반인 50명이 감염 판정 후 7일 이내에 사망했고 9명은 사망 당일, 4명은 사망 다음날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PCR 검사를 거쳐 감염을 확인한 단계에 이미 증상이 악화한 사례가 있다는 의미로, 신속한 검사와 중증화 대책의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에서는 의료붕괴 우려를 이유로 △37.5도 이상 발열이 4일 이상 지속 △강한 권태감과 호흡곤란 증상인 경우 보건소나 병원 상담을 거쳐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조건과 상담ㆍ검사 인력 부족으로 상담을 거치는 데에도 며칠이 걸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발열 등 증상을 보인 환자가 전문의 외래진료를 거쳐 PCR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지지통신은 이날 오사카에서 검사가 필요하다고 보건소가 판단했으나 검사까지 최대 10일 정도 걸린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감염자는 급증하는데 검사 체제가 확충되지 않아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병세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크루즈선 승선자 포함)는 지난 3일 현재 1만5,790명이고 사망자는 549명이다. 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3.5%로, 감염 확산 초기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은 12.2%로, 감염자 8명 중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속한 검사 체제를 구축하고 갑자기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도쿄도와 사이타마현 에서는 사망 후 검사를 거쳐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도 세타가야구 거주 50대 남성은 지난달 3일 발열 증상으로 보건소 상담창구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전화 상담을 통해 9일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11일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일본 의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방식의 검사 체제를 도입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치과의사도 한시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건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하루 9,170건을 실시한 것이 가장 많았으며 이후에도 평일 7,000~8,000건 수준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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