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는 일본 혼슈와 시코쿠 사이 세토 내해(瀬戸内海)의 12개 작은 섬과 연안 항구를 무대로 3년마다 펼쳐지는 국제 해양예술 축제다. 섬의 빈 집 등을 활용한 건축ㆍ조형ㆍ음향ㆍ빛과 바람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자전거를 빌려 섬들을 누비며 작품을 찾아 다녀야 하는데, 일대의 풍경이 또 ‘예술’이어서 그렇게 다니는 과정 자체가, 휴대폰으로 서로를 찍어 주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예술이 되고 각자가 오브제가 되는 행사다.
항구에 놓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나오시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추 미술관과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이우환 미술관이, 데시마는 류에 니시자와가 설계한 데시마 아트 뮤지엄이 상설 자랑거리다. 2019년 봄 축제에는 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의 상설 전시로 국내에도 꽤 알려진 빛의 설치미술과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지추 미술관과 나오시마 개별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열리는 봄 축제와 7월 중순~ 9월 초 여름 축제, 10월~11월 초 가을 축제까지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해에는 세토 내해와 섬들은 그 열기로 흥성해진다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로 나서 관광객을 안내하고, 식당을 연다. 내해의 관문인 가가와현(다카마쓰항)과 오카야마현(우노항)은 주요 항로 선박 무료 이용권 등을 제공하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축제는 일본 미디어 출판 교육 기업인 ‘베네세(Benesse) 그룹’이 오랜 기간 기반시설을 닦아 2010년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1988년 개통한 세토 대교(혼슈~시코쿠)가 있고, 더 전에는 1955년 5월 11일 내해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내해 연락선 ‘시운마루(紫雲丸)호’ 침몰 사고가 있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대비되곤 했던 그 참사는 다카마쓰를 출항한 시운마루호가 우노항을 출항한 제3우코마루호와 안개 속에서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168명이 숨졌는데, 그중 수학여행을 다녀오던 초ㆍ중학생 100명이 포함돼 있었다. 사고 직후 안전수칙이 강화되면서 연락선 운항이 자주 차질을 빚자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대교가 건설됐고, 다리가 서자 섬 인구 유출이 가속화했다.
그 끝에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예술을 통해 주민들의 생계를 돕는 섬과 내해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행사가 탄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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