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학자들은 ‘어버이의 날’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 여신 축제에서 찾는다. 가이아의 딸인 ‘대지의 여신 레아(Reahㆍ로마 키벨레)’가 그들에겐 어머니였다.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사순절의 넷째 일요일 즉 ‘근행의 일요일(Mothering Sunday)’을 특별히 기렸다. 그날 신도들은 성모교회(Mother Church)를 찾아 기도했다. 근대로 오면서 교회의 힘과 함께 기림의 열정도 약화했고 대상도 세속화했다. 근년의 ‘어머니의 날’은 남북전쟁 시기를 살았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앤 리브스 자비스(Ann Reeves Javis)와 그의 딸 애나(Anna) 자비스에게서 비롯됐다. 사회사업가였던 어머니 앤은 어린 자녀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이 좋은 사회의 바탕이라 여겼다. 그는 주부 모임을 꾸려 자녀 양육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했고, 내전 후 남북 갈등을 치유하는 데도 힘썼다. 1905년 앤이 숨진 뒤 딸 애나는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자 ‘어머니의 날’ 제정 운동을 전개했고, 3년 뒤인 1908년 5월 지역 감리교회와 함께 성대한 행사를 벌였다. 그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제고하기 위해 주ㆍ연방정부가 어머니의 날을 공식화해야 한다며 편지 쓰기 등 정치적 캠페인을 전개했다. 여러 주 정부가 호응했고,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일요일을 국가 공식 기념일인 ‘어머니의 날’로 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1870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줄리아 워드 하우(Julia Ward Howe)도 ‘여성의 날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여성이 주체가 돼서 세계 평화를 증진시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벌였다.
꽃말을 찾는 풍속은 17세기 오스만투르크의 신앙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터키 시민들에게 각각의 꽃은 신이 인간에게 전하는, 각기 다른 메시지였다. 그 풍속이 제국 시대 유럽을 거쳐 세계로 퍼져나갔다.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진정한 사랑)’이고, 애나가 어머니의 영전에 바친 흰 카네이션은 망자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다. 애나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말년에는 어머니의 날이 상업적으로 타락했다며 어머니의 날 폐지 운동을 벌였다. 한국의 ‘어머니의 날’은 1956년 제정됐고, 1973년 ‘어버이의 날’로 변경됐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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