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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유로비전과 ‘독종 톡시(Toxi)’의 추억(5.6)

입력
2020.05.0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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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1956년 시작된 유로비전송콘테스트의 올해 대회가 사상 처음 취소됐다. 사진은 작년 이스라엘 주니어대회 무대. wikimedia.org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1956년 시작된 유로비전송콘테스트의 올해 대회가 사상 처음 취소됐다. 사진은 작년 이스라엘 주니어대회 무대. wikimedia.org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는 유럽방송연합 정회원 국가와 일부 옵서버국 대표가 매년 5월 벌이는 노래 경연대회다. 심사위원단과 각국 시민들의 텔레보팅 점수를 더해 우승자를 선발하는데, 시민들은 자국 대표단에 표를 줄 수는 없다. 국가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참가팀은 정치성이 배제된 신곡을 불러야 한다. 우숭국은 이듬해에 대회를 주최하고, 자국 문화를 자랑하는 공연을 세계인에게 선뵈는 특권을 누린다. 유로비전은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적 문화 행사다.

그 행사는 1955년 유럽방송연맹 총회에서 결정돼 이듬해 스위스 루가노에서 처음 열렸다. 냉전과 소비에트 붕괴, 발칸 내전 등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1963년 런던대회 우승자인 룩셈부르크 대표 나나 무스쿠리와 1968년 영국 대표 클리프 리처드, 1974년 스웨덴 대표 아바(ABBA), 1988년 스위스 대표 셀린 디옹, 1995년 노르웨이 대표 시크릿가든, 2009년의 프랑스 대표 파트리샤 카스가 그렇게 탄생했다. 최근 주최 측은 ‘코로나 19(Covid-19)’ 사태로 사상 처음 올해 대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 작가 하들그리뮈르 헬가손(Hallgrimur Helgason)의 소설 ‘살인청부업자의 청소 가이드’에는 유고 내전 소년병 출신 히트맨 ‘톡시(Toxi)’의 유로비전에 얽힌 ‘애틋한’ 추억 한 토막이 실려 있다. 그 소설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살벌한 정통 범죄스릴러가 아니라 익살과 블랙유머가 흥겹게 이어지는 코믹 스릴러다. 조직의 지령에 따라 살해한 자가 FBI 요원으로 밝혀지면서 부득이 도망을 치게 된 톡시가 우여곡절 끝에 성직자로 변장해 아이슬란드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어도 풍광도 낯설고 총기 소지도 매춘도 불법인 나라의 가짜 신부. 그 아찔한 존재론적 격차.

그가 우연히 유로비전 중계방송을 보다가 1989년 유고슬라비아사회주의공화국 대표였던 록밴드 ‘리바(Riva))가, 슬라브어권 최초로 모국어로 부른 ‘Rock Me’란 곡으로 우승을 차지, 환호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1991년 내전에 돌입한 그의 조국은 10여년에 걸친 전쟁의 참극 끝에 6개의 신생 공화국으로, 2008년 코소보까지 7개로 쪼개졌다. 89년 유로비전은 살인자 톡시가 기억하는 유고연방의 마지막 영광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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