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감염 정황 뒤늦게 주목… “평양 오래 비우기 힘들 것” 전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기간 평양을 떠나 있는 이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라는 정부 판단(한국일보 4월 27일자 단독 보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일 북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 건강 이상 때문에 잠행 중이라는 갖가지 억측을 일축하면서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올해 초 평양을 떠났고, 최근 들어 강원 원산에 주로 머물러 왔다는 게 최근 정부의 일관된 관측이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지난 달 중순쯤 주변 인사의 발열 증세를 인지한 뒤 원산에 피신을 가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김정은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위원장 전용 열차와 요트가 원산에서 포착된 사실은 그의 원산 체류를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이후 20일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파천(지도자가 난리를 수도를 떠나 피해 있음)’이었다고 우리 정부도 보고 있었다.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1월 말쯤부터 김 위원장이 이미 평양 체류를 최소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잠행이 코로나19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의)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접촉 범위에 있는 북한 고위 인사가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였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과거 정황도 뒤늦게 주목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달 10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사유를 밝히지 않고 돌연 12일로 연기했다.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사진(13일 공개)을 살펴보면, 일부 좌석이 비어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결정한 정책을 추인하는 회의에 빈 자리가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대의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이에 따라 김 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정부 관계자는 “평양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부담”이라면서 “적절한 시점에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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