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ㆍ박근혜 구속ㆍ정권교체 과정, 대선주자ㆍ중진 사라져
과거와 달리 젊은 목소리 실종… 보수진영 원로들도 안 보여
4ㆍ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좌표를 상실한 채 20일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위기를 수습할 대안으로 부상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갈팡질팡한 채 결정을 미루면서 당 지지율이 1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통합당 내부에서는 과거 위기 순간에 당을 구했던 △구심점(리더십) △소장파 △원로그룹의 부재가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 직후, 의원총회와 당선자 총회, 선수(選數)별 모임을 잇달아 열고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현역 의원과 당선자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김종인 비대위 출범’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열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임기 4개월짜리 비대위’라는 어정쩡한 결론만 도출하면서 혼선만 가중됐다. 그 사이 김종인 비대위 찬반 의견이 갈린 것은 물론 조건부 수용론을 주장하는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당의 분열상만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8일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 통합당 관계자는 3일“불법대선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차떼기’ 정당으로 위기에 처했던 2004년에는 박근혜라는 리더가 나서 천막당사로 옮기는 등 구심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구성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 보니 당의 혼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정권 교체, 21대 총선 참패를 겪으면서 구심점이 될 대선주자들은 물론 무게감 있는 중진들이 대부분 무대 뒤로 사라진 결과다.
4년 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도 20대 총선 패배 직후 비대위 구성이 전국위에서 한 차례 불발되긴 했다. 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 좌장인 당시 최경환, 김무성 의원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회동해 ‘김희옥 비대위’ 출범에 합의하면서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를 막았다.
과거 유력 주자들의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그 틈새를 채웠던 소장파들의 역할도 찾아 보기 어렵다. 4년 전 총선 패배 이후 ‘원유철 비대위 전환’이 논란이 되자, 김세연 김영우 황영철 등 당시 재선 이상 당선자들이 ‘새누리 혁신모임’을 만들어 집단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이를 관철시켰다. 16대 국회의 미래연대와 17대 국회의 새정치수요모임, 18대 국회의 민본 21 이후 명맥이 끊겼다는 평가 속에서도 나름 소장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한 것이다.
과거 공고했던 원로그룹의 부재도 지금의 당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16년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당이 초유의 위기에 처하자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김형오, 강창희, 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과 보수 진영 원로들이 모여 시국 수습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움직임도 찾아보기 힘든 게 통합당의 현 주소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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