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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확인 北 정보 유포 탈북 당선인, 공인으로서 언행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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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확인 北 정보 유포 탈북 당선인, 공인으로서 언행 신중해야

입력
2020.05.0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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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2일 조선중앙TV에 보도됐다. 이로써 탈북자 출신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들이 주장한 김정은 유고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2일 조선중앙TV에 보도됐다. 이로써 탈북자 출신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들이 주장한 김정은 유고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전세계를 혼란스럽게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유고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루머가 확산된 과정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탈북민 네트워크가 미확인 정보를 생산하고 일부 언론과 유튜버가 무분별하게 유통시키는, 북한 보도 관행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탈북민 출신의 태영호(미래통합당) 지성호(미래한국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잘못된 정보 확산을 증폭시킨 점은 공인으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태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 당선인은 1일 “김 위원장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외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한 것은 이들의 사회적 지위에 기댄 것이다. 일반적으로 탈북민의 정보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내부 사정을 알려주는 자원이지만, 검증이 잘 되지 않아 과장과 왜곡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두 당선인들은 여느 탈북민 수준의 가벼운 추측과 언사로 혼선을 부추겼다. 정부가 ‘김 위원장 신변에 큰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안보 불안을 볼모 삼아 미확인 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후에도 이들은 잘못을 명쾌히 인정하지 않고 “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의 무거움을 모르는 듯하다.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이 위중하다는 한 북한 전문 매체의 보도 이후 루머가 확대 재생산된 과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CNN과 블룸버그, 로이터를 비롯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언론들이 앞다퉈 식물인간설, 사망설, 후계자 구도 등을 보도했다. 출처는 대부분 익명의 소식통인데, 탈북민 네트워크 사이에서 도는 추측과 소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소문은 보수 유튜버와 북한 전문 매체들의 확대해석을 거쳐 사실로 둔갑하고, 이를 외신이 보도하는 식이었다. 아무리 북한 정보 검증이 어렵다지만 아니면 말고 식 보도 관행에선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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